혈세로 만든 ‘수능 기출문제’… 출판사만 배불려

무단도용 불법 문제집 버젓이 판매
평가원, 수능 출제 年 60억 쓰는데
저작권료 행사 안해 수입은 ‘0원’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출문제집 대부분이 검증기관에 저작료를 내지 않는 불법 문제집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문제집을 발간하는 출판사들은 무단으로 도용한 기출 문제로 잇속 챙기기에 나서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0일 한국교육과정평과원에 따르면 다음달 17일 치러지는 내년도 수능을 앞두고 서점이나 인터넷 등에서 수능 문제와 모의평가 문제 등이 담긴 기출문제집들이 우후죽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집을 판매하고 있는 출판사들은 수능 문제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에 저작권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무단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기출문제를 출판하려는 경우 저작권 사용 동의를 거쳐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평가원은 징수에 나설 경우 교재비 상승 등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고 판단, 사실상 징수에 나서지 않으면서 출판사들은 버젓이 무단도용을 통해 기출문제집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11시께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H 서점은 수험서 코너를 따로 만들어 문제집, 참고서 등 각종 수험서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책표지에 ‘수능기출’이라고 적힌 기출 문제집 6종도 가판대에 함께 놓여 있었다. 

책을 살펴보자 최근 3개년에서 10개년 사이에 수능이나 모의평가 등에서 출제된 문제들이 연도별로 나와 있었다. 문제들은 지문에 대한 해설과 풀이를 제외하면 실제로 지난 수능에서 출제된 문제와 동일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P서점에서도 기출 문제집들은 쉽게 눈에 띄었다. 이 중 한 문제집은 누적 판매량이 200만 부가 넘었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문제집들도 수능에 출제된 문제를 그대로 가져와 해설이나 문제풀이 요령들만 덧붙였을 뿐 실제 출제된 수능 문제를 똑같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기출문제집을 판매하는 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저작권자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문제를 삼지 않아 대부분 출판사들이 이같이 문제를 그대로 가져와 책을 만들어 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현재 영리목적으로 문제를 무단 사용하는 경우는 금지돼있지만 많은 출판사에서 문제를 그냥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를 알고 있지만 저작권료를 징수했다가 학생들의 교재비 부담이 올라갈 것을 우려해 현재 교육부와 함께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8년 이후 출제수당, 출제위원 합숙시설 임차료 등 수능 출제와 관련해 해마다 60억 이상의 세금이 사용되고 있다.

송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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