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사랑받지 못할 청소년은 없다

해마다 대학 입시철이 다가오는 이 맘 때쯤이면 생각나는 사건이 있다. 2000년대 초 무료로 맡은 한 청년의 모친 살해사건이다. 모친 나름의 자식사랑이 안타깝게도 그 청년에게는 어릴 때부터 견디기 힘든 고역이었던 것 같다. 재판하는 동안 내내 모친과 청년 간의 소통만 제대로 되었더라면 하는 강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 사건으로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소년사건 국선보조인으로도 10여 년째 활동하고 있다.

 

법원은 소년법상 1호 내지 10호 처분을 하기 전에 사안에 따라 소년분류심사원에 2주 정도 입소시켜 반성의 기회를 가지게 한다. 그래서 청소년 중에서도 국가나 지역사회가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소년분류심사원에 입소할 정도로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이거나 이미 한 두 차례 입소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재판결과 부모나 보호자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소년분류심사원을 거쳐 6호 이상의 처분을 받아 보호시설이나 소년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보호자가 사실상 없거나 보호자의 보호력이 부족한 청소년이 주로 받는 6호 처분의 경우는 처분 시설이 국가가 운영하는 소년원과 달리 민간인이 운영주체다. 수원지방법원에서는 주로 서울이나 대전 지역 시설을 6호 처분 시설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년 전에 필자가 지방자치단체와 법원 관계자에게 수원지역이나 경기도에 마땅한 6호 처분 시설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6호 처분 시설은 민간시설이라 그런지 시원한 대답은 듣지 못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인구 1천만이 넘는 지역사회에 마땅한 6호 시설이 별로 없다는 것은 문제다. 이러한 민간 시설이 마련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등 관심과 배려가 아쉽다.

 

안양시 소재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은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서울과 인천, 수원 등 경기도 전 지역 법원에서 보내오는 청소년을 모두 수용하고 있다. 수용인원이 150명 정도인데 실제로는 평균 200명 또는 그 이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입소한 청소년들에게는 소년분류심사원 생활이 교육과 단체생활을 통해 재범가능성을 없애주거나 감소시킴으로써 사회복귀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하고 있어 적정한 수용인원 유지와 시설 여건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역은 지역대로, 법원은 법원대로, 법무부는 법무부대로 다 사정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을 위한 문제보다, 특히 잘못을 저지른 청소년들이 갱생하는 시설을 개선하는 문제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다. 이들 청소년 중에는 가해자인 동시에 애정이 결핍된 피해자인 경우도 많다. 지역사회와 국가가 자신들을 아직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미래의 주역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서 만난 그 초롱초롱한 눈들을 바라보면서 필자는 맨 먼저 ‘꿈이 뭐냐’고 묻는다. 20대 중, 후반인 10년 뒤쯤에는 ‘생활의 달인’에 꼭 나오기로 새끼손가락으로 약속을 걸기도 한다. 미숙한 탓에 저지른 잘못으로 낙인찍히기에는 이들에게 살아갈 날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지역사회와 국가가 자칫하면 소외될 수 있는 이들이 생활하는 시설부터 관심을 가질 때 그 청소년들에게 주는 희망은 의외로 클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야망을 가지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우리 어른들이 희망을 주었는지 곰곰이 자문해 보자.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랑받지 못할 청소년은 없다.

 

이정호 변호사·前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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