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를 가로지른 이번 능행차는 거리만 47.6km이다. 대한민국에 전례가 없는 대형 퍼레이드이다. 참여자만 3천100여 명에 말 400여필이 행렬을 이었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원행을묘정리의궤 등의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이벤트다. 행차단의 전체 모습부터 단원들의 배치와 의복, 무기, 의기 등 1795년 을묘년 행차모습을 객관적인 고증을 거쳐 재현했다.
기존 능행차가 수원 관내에서 이루어졌다면 이번 능행차는 수원을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들이 협력하여 지역 경계를 허무는 대형 이벤트를 실행에 옮겼다는 것에 그 의미를 둘 수 있다. 수원시는 이번 능행차를 위해 서울시와 서울 금천구, 안양시와 의왕시 등 4개 지자체와 함께 내실 있게 준비했다.
9일 저녁 능행차는 제53회 수원화성문화제 폐막식에 맞춰 수원화성에 도착했다. 국내 최대 퍼레이드는 연무대에 도착해 수원화성문화제의 대미를 장식하며 47km의 긴 행진을 마쳤다. 221년 전 정조대왕의 능행차에 맞춰 수원 백성들이 성 안팎으로 잔치를 열며 국왕을 맞이했던 그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1795년 능행차는 국왕의 단순한 행차가 아닌, 7박 8일이라는 유례가 없는 긴 시간 동안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를 열면서 백성들과 그 기쁨을 함께 나눈 조선 최대의 행차였다고 할 수 있다. 국왕의 행차에 맞춰 백성들은 잔치를 벌이고 축제 분위기에 국왕을 맞이했다. 국왕에게 격쟁을 올리기도, 정조대왕은 다양한 행사를 열면서 자신의 이상(理想)의 도시인 수원화성에서 백성과 함께 축제를 즐겼다.
수원은 그때 그 당시의 모습을 이번 퍼레이드에 담았다. 능행차 구간 곳곳에서 상황극과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각 지자체를 지날 때마다 지역 유수(留守)가 정조를 맞이하고 백성들의 격쟁이 이어지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능행차의 현실감을 더했다.
자객과 장용영(壯勇營, 정조의 호위군사)의 대적공방전은 그동안 시범 퍼포먼스를 보였던 무예 24기의 기술들이 실제로 적을 어떻게 무찌르고 국왕을 보호하는지를 잘 보여준 상황극이었다. 장안문에서의 ‘조선백성 플래시몹’ 등은 능행차의 축제적 분위기를 가미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는 이번 능행차 진행에 큰 힘이 되었다. 능행차의 시간대별, 장소별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효행등(孝行燈)을 밝히거나 능행차를 따르며 시민행렬을 함께 하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구경거리가 아닌, 시민이 함께 참여해 함께 이끈 축제였다.
수원시와 서울시의 노력과 각 지자체들의 협력, 시민들의 참여가 이번 정조대왕 능행차를 이끌었다고 분석된다. 완편 재현은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와 맞물려 올해에 한해 일시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차후의 능행차를 좀 더 내실 있게 준비하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원화성 문화제의 성공적인 개최가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훈 수원시 문화체육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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