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위기와 가족을 잃은 슬픔이 함께 덮쳐 유래 없는 공황상태에서 어려움을 이겨낼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지역 예술가들은 고민 끝에 웃는 얼굴을 한 마스크를 쓰고 춤을 추는 ‘마스카라페스티벌’(Masskara Festival)을 만들었다.
모든 아픔과 슬픔을 웃는 얼굴로 덮고 앞으로 올 희망을 축하하자는 의미였다. 끼와 흥이 많고 긍정적인 필리핀 사람들의 민족성이 드러나는 기획이었다. 지역민들의 참여를 위주로 한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었다. 예술가들은 마을 단위와 학교 단위로 그룹을 만들어 ‘마스크와 의상’을 제작하였고, 춤 경연을 펼쳤다.
이렇게 마을단위로, 지역단위로 이루어지는 공동체적 성격의 축제는 아픔을 같이 겪은 바콜로드 지역 사람들의 호응 속에 점차 강한 축제성을 띄며 화합의 장으로 역할했고, 필리핀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로 성장했다.
바콜로드를 대표하는 ‘마스카라 축제’ 기간에는 도시 곳곳에 화려한 마스크들이 등장했다. 마치 바콜로드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대중이 모이는 공공기관, 쇼핑센터, 식당, 호텔마다 인테리어처럼 마스크들이 매달려 있고, 축제티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쓰고 서빙하는 점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축제 퍼레이드와 광장거리, 특설무대에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넘쳐나고 밤늦도록 축제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지금의 마스카라축제는 여느 축제와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기도 하고, 마스크와 의상, 소품 등은 훨씬 화려하고 디자인도 다양하지만, 37년의 축제역사동안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마스크는 ‘웃고 있다’ 는 것이다. 그것으로 이 축제의 취지와 의의를 잊지 않고 있다.
숲의 도시, 안산은 내년 봄, 4월을 남다르게 만나는 준비를 차분히 하고자 한다.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이제는 치유를 넘어 희망을 그리는 조붓한 마을축제를, 거리극축제의 명소가 된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가족애에 기반한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강창일 (재)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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