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그때의 라스푸틴이 “너나 잘 하세요”라고 할 것 같다. 라스푸틴의 본명은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노비흐’다. 러시아어로 방탕하다는 의미의 ‘라스푸트’라는 말이 그에게 붙어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이 됐다.
1869년에 태어나 1916년 살해당한 그는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을 가져온 주범이자 러시아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역사에 기록돼 있다. 라스푸틴이 러시아 황제와 가까워진 건 황제인 니콜라이 2세의 아들 알렉세이가 앓던 혈우병을 고쳐주면서다.
이 계기로 라스푸틴은 황후의 마음을 사로잡고, 황제의 신임도 얻었다. 현대의학으로도 불치의 병인 혈우병을 그가 어떻게 치료하였겠는가. 인간의 나약한 구석을 파고 드는 사악한 말로 정신적 안정을 얻게 해 황후를 아바타로 만들고 나아가 황제를 또 하나의 아바타로 만든 것이다. 그러고는 국정을 마음대로 요절을 내 러시아를 망가뜨렸다.
최태민, 그리고 그의 딸 최순실은 대통령을 아바타로 만들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라스푸틴의 방법을 벤치마킹한 것 같다. 그러나 라스푸틴과 최태민 부녀는 차이점이 있다. 라스푸틴의 관심은 오로지 여자에만 있었다. 그러나 최태민 부녀의 욕심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최태민은 욕심이 부엉이 같아서 여자와 돈, 심지어 권력까지 모두 탐했다. 최순실은 또 어떠한가. 재화에 대한 욕심이 사납고, 권력으로 재벌의 주머니를 털어 국가의 재정을 사유화했다.
모든 형이하학적인 것은 ‘in put = out put’이다. 국가의 재정은 물론 재벌을 털어 만든 그 재화도 결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재화도 하나의 에너지다. 어떤 에너지든 간에 창조될 수도, 소멸될 수도 없다는 것이 열역학 제1법칙이다. 최순실이 탈취한 재화는 질서있는 재화에서 무법의 재화로 바뀌어진 것이다. 이는 체계화된 에너지에서 무질서한 에너지로 변화돼 버린 것으로 스스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는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다시 스스로 폭포 위로 올라가는 것과 같다. 폭포수를 원래의 상태로 돌리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지만, 어느 정도는 인위적으로 그 물을 퍼서 올리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물을 퍼 올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추가적인 에너지는 폭포수가 떨어지면서 만들어 낸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가 소비될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별 수확이 없다는 의미다.
최태민 부녀가 자신들의 용도도 써 버렸거나, 또는 어딘가 자기의 것으로 위장 합법화시킨 우리 국민의 재화는 자발적으로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가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모든 것을 돌려놓을 수도 없다. 그나마 일부의 것을 돌리고자 했을 때는 추가적으로 재정이 발생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별 소득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경제적 균형으로만 계산할 문제가 아니다. 제2, 제3의 최태민 부녀가 생기지 않는 미래, 즉 대한민국의 흑자 균형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큰 추가적인 에너지가 요구되는 한이 있더라도 최순실 부녀의 재화는 반드시 국민의 것으로 돌려야 한다. 이것이 현재의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할 일이다.
이철태 단국대 화학공학과 교수·지식재산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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