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AI와 사투… 남경필 경기지사는 어디에

도내 ‘AI 재앙’ 갈수록 번지는데 탈당·대학 특강·잇단 국회 방문
발생 열흘째 현장 한번 안찾아 道는 “방해될까봐 현장 안간것”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이은 대권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양주의 한 농가에서 지난 20일 AI가 처음 발생한지 꼭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현장을 찾지 않은 남경필 경기지사는 같은 기간 대학교 특강은 물론, 국회를 3번이나 찾아가 기자회견을 했다.

 

이에 도 안팎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최악의 재난 상황 속에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축산농가와 도민을 위한 도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30일 경기도와 시ㆍ군에 따르면 지난 20일 양주에서 첫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 10일 지난 현재까지 도내에서는 양주와 포천, 안성, 이천 등 6개 시ㆍ군 10개 농가에서 AI 발생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중 4개 지역 6개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농가에서 살처분 해야 하는 닭과 오리는 총 115만1천 마리에 달한다. 더욱이 이번 AI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도내 농가의 피해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AI 공포가 도내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시ㆍ군들은 방역작업에 한창이다. 이날 AI 농가가 추가로 발견된 이천시는 매일 대책회의를 갖고 6개 거점 지역에서 24시간 비상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포천시는 3개 거점 지역에서 방역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민천식 시장권한대행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돌며 AI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AI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지역도 방역에 매달리긴 마찬가지다. 용인시는 가금농가의 철저한 소독을 위해 소독약 2천700㎏를 긴급 공급하고 농가예찰 실시 중이다.

 

그러나 시ㆍ군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남경필 경기지사는 대권을 염두한 자신의 정치 행보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남 지사는 도내에서 처음 AI 발생 신고가 접수된 20일 이후 아직 단 한 번도 현장을 찾지 않았다. 황교안 총리가 지난 25일 북부청사를 방문해 실시된 회의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부시장ㆍ부군수 회의를 포함해 총 4번의 AI 대책회의를 개최한 것이 전부다.

 

남 지사는 AI 발생 신고 바로 다음 날인 21일 강남대학교를 찾아 특강을 실시했고 22일에는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또 이동인구가 많아지는 주말을 맞아 시ㆍ군들이 초긴장 상태에서 방역작업을 실시하던 그 순간에도 남 지사는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AI 발생 후 첫 휴일이었던 27일 역시 국회를 방문해 대통령 탄핵 관련 입장을 밝혔다.

 

특히 화성시에서 처음 AI 발생 신고가 접수된 29일에도 남 지사는 국회를 찾아 박근혜 대통령 담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전국농민회 경기도연맹 관계자는 “현 시국에 농민들의 생존권만 보장해달라는 것도 무리가 있지만 도지사가 자신의 정치 행보에만 관심을 두고 도민과 농민을 돌보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승원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도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남 지사가 아직 현장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는 것은 대권에 한눈을 팔고 있기 때문”이라며 “도지사는 자신의 대선 행보 보다는 민생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지사가 현장을 찾으면 방역작업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고 AI 현장에는 외부인 접촉이 최대한 적어야 해 방문하지 않은 것”이라며 “현장을 가진 않았지만 매일 상황보고를 받으며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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