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갈등이 막은 도로… 인근 업체만 고통

화성 왕림리 현황도로에 소유주가 콘크리트 구조물 쌓아놔
제조업체·승마장 통행불편… 市 “행정조치 통해 철거할 것”

▲ 화성시 봉담읍 왕림리 생수길 폭 4~5m 도로 한가운데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 4개가 줄지어 놓여 있다. 첫 번째 구조물 앞에는 “개인 사유지입니다. 서행하십시요”라고 쓰인 나무 푯말이 세워져 있다. 이로 인해 인근 제조업체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여승구기자
화성시 봉담읍 왕림리 주민들이 갈등을 벌이면서 현황도로(지적도 상에 도로로 표기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는 사실상의 도로)에 구조물을 쌓아놔 인근 제조업체들이 수개월째 통행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1일 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봉담읍 왕림리 생수길 폭 4~5m 도로 한가운데는 콘크리트 구조물(넓이 1.35m, 높이 1m) 4개가 줄지어 놓여 있다. 첫 번째 구조물 앞에는 “개인 사유지입니다. 서행하십시요”라고 쓰인 나무 푯말이 세워져 있다.

 

이 때문에 도로폭은 절반으로 줄었다. 갓길을 이용해야만 승용차 한 대가 가까스로 통과할 수 있다. 구조물을 설치한 사람은 도로부지를 포함해 이 일대 830㎡를 소유한 A씨다. A씨는 인근 토지주 B씨와의 갈등으로 지난 9월 구조물을 쌓아놓았다. A씨는 자신이 지난해 추진한 제조장 공사가 중단된 이유가 B씨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구조물은 지난 9월부터 시작된 B씨의 개발행위허가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B씨는 우회도로를 개설해 허가를 얻었다. A씨는 "내 소유의 도로를 내가 막는 게 뭐가 잘못이냐”면서 “B가 내 땅을 전부 사거나 통행세를 낼 때까지 구조물을 치우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불편을 겪고 있는 건 화장솜과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인근 제조업체 2곳과 승마장 등이다. 제조업체들과 승마장 등은 하루에 한 번씩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자재 배 및 납품차량(2.5t~5t)을 구조물 앞에 대고 다시 1t 트럭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물류비용과 인력투입도 2~3배나 늘었다. 구조물이 설치된 곳에서 350여m 떨어진 승마장도 마찬가지다. 말을 일일이 직접 끌고 내려와야 운송이 가능하다. 매주 500여 명이나 되는 방문객들의 항의도 잇따르고 있다. 방문객들이 구조물을 통과하다 차량을 긁는 사고도 5건이나 발생했다.

이에 수차례 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시는 구조물이 설치된 곳이 도로지정이 공고된 현황도로인 것을 확인, 오는 9일까지 구조물을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A씨 토지 내 도로는 지난해 4월 도로지정 및 공고된 현황도로여서 소유자 임의로 통행을 막을 수 없다”면서 “지속적인 행정조치를 통해 구조물을 철거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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