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파괴 죄책을 추궁 당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법적 절차’를 국회에 요청했다. 적반하장이다. 지난 10월 24일 헌정파괴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블랙홀’로서 개헌을 말했던 그였다. 그날 저녁 죄과의 일단이 드러나자 바로 다음날 거짓 사과를 했던 그였다. 촛불집회를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주권자의 파면 결정을 무시한 그였다. 지금도 헌정파괴를 은폐하고 주권자의 명령을 회피하기 위해 교언영색 하는 그다.
지금은 주권자의 헌법과 그 뜻을 담아 적은(written) 성문헌법 그리고 대의적 의사(意思)로서 법률 차원이 각각 뒤엉켜 있는 상태다. 주권자의 헌법이 성문헌법보다 우위에 있다. 주권자는 장래의 헌법 부칙을 지금 거리에서 써나가고 있다. 성문헌법‘만’을 거론하는 이들은 주권자의 헌법을 두려워하는 이들뿐이다. 헌정사에 나타난 헌법 부칙에는 헌법 파괴의 역사와 그 파괴를 딛고 일어난 주권자의 뜻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일제의 불법강점기에서 해방한 후 정부수립의 근거를 마련한 1948년 헌법 부칙은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 제정을 명했다. 이승만의 3·15부정선거를 4·19혁명으로 응징한 1960년 헌법 부칙은 부정선거 관련자와 항의하는 국민에게 부정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했다. 반민주행위자의 공민권을 제한하고, 권력을 이용한 부정재산축적자의 행정적·형사적 제재를 명령했다.
그러나 쿠데타를 기정사실화하는 헌법 부칙도 있었다. 박정희의 5·16쿠데타 이후 1962년 헌법 부칙은 입법·행정·사법을 농단한 국가재건최고회의의 불법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봉쇄했다. 유신쿠데타 후의 1972년 헌법 부칙은 비상국무회의의 헌정파괴를 정당화하고, 박정희가 행한 특별선언과 비상조치에 대하여는 제소할 수 없게 했다. 광주민주항쟁에 폭력을 가한 전두환·노태우의 쿠데타 후 1980년 헌법 부칙은 국가보위입법회의의 헌정파괴를 정당화했다.
1987년 헌법은 민주화의 산물이었지만, 그 부칙에 불법을 청산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지 못했다. 훗날 쿠데타 세력을 법정에 세웠다. 형법은 체제권력을 이용한 헌정파괴를 단죄하기에 한계가 있다. 새로운 민주공화국 헌법의 몫이다.
국가권력을 이용한 헌정파괴의 진상을 규명하고 처벌하는 헌법이다. 예를 들면, 세월호 참사의 대량학살, 4대강 사업 등을 통한 환경파괴, 재벌과 결탁하여 노동자의 생존권 탄압과 생명권 박탈, 미·일의 군국주의를 추종한 ‘위안부’ 문제와 군사적 조치 그리고 핵에너지 정책을 통한 평화적 생존권 박탈 등이다.
국회 입법권과 국정조사권,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권은 모두 ‘정상적인 헌법규범’을 전제한 대의기관의 권한이다. 박근혜의 탄핵 파면은 성문헌법이 제시한 헌법적 해법의 종착역이지만, 주권적 헌법의 해법은 이제 시작이다. 법률 차원에서 최순실과 박근혜의 죄를 논하는 것은 ‘(박근혜)지배체제 적폐’의 헌법적 죄책을 묻는 입구일 뿐이다.
누구라도 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통해 향후 민주공화국의 항로를 말하고 토론할 수 있다. 그것을 방해하는 행위는 반(反)헌법적 행위로서 박근혜체제의 헌정파괴 죄책을 은폐·축소하는 공범임을 자백하는 것이다. 주권자는 정치권과 국가권력기관은 물론 자본과 언론까지 심판대에 올릴 것이다. 헌법파괴의 불법에는 예외도 시효도 없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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