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거절당했다. 예약 액수가 적었기 때문에 주인은 모두 예약된 상태라고 거절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는 소박하고 조촐한 망년회를 하려면 12월 초순이나 그보다 일찍 할 수밖에 없다는 푸념도 늘어놓았다.
어제저녁에는 가까운 몇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무려 세 곳이나 찾았으나 자리가 없다고 했다. 모두 망년회 모임으로 예약됐다고 했다. 이제는 망년회를 호텔이나 괜찮은 음식점에서 하려면 한 달이나 두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한다.
요즘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경제가 엉망이라서 장사가 안돼 모두들 난리라고 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잘 살았고, 망년회가 이렇게 사치스럽고 소비성이 짙은 ‘소비문화’로 변질돼 버린 것일까.
‘忘年會’는 가는 한 해의 괴로움들을 잊자는 뜻으로 연말에 가지는 모임이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호화롭고 값비싼 장소와 음식 그리고 술을 즐기는 풍조로 변질되어버렸다.
그리고 또한 우리나라 도시의 대학 주변에는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거리는 온통 술집, 여관, 사우나, 식당, 쇼핑 등 1차원적인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향락적이고 소비적인 분위기가 도시 대학가를 물들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문화적이고 학구적인 분위기는 자꾸만 뒷걸음치고, 마시고 먹고 즐기는 소비성향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져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풍조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고 우리 모두가 각성해야 할 시급한 문제이다. 우선 그지역 문화인들이라도 새바람을 일으켜 문화를 새롭게 일으켜 새우겠다는 각오를 해야 마땅할 것이다.
윤옥순 골드창작스튜디오·갤러리GL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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