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재단에서 발표한 ‘2016 기부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보면 기부자 의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기부자는 기부금이 어떤 곳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세제혜택은 어떤지 꼼꼼히 살펴보고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기부행위가 좋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기부는 기부자가 수혜자에게 일방적인 시혜나 자선을 하는 행위로 평가됐다. 하지만, 요즘 추세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공감,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유가 결합하면서 나눔이라는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나눔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시간을 보장하는 데 있다. 과거 세모녀 사건을 통해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위기는 극단적인 선택을 불러왔고 실제 실직, 이혼, 경제적 파탄 등 극한 상황에 부닥친 개인은 쉽게 헤어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다양한 사례 중 기부를 받은 가정이 위기를 무사히 넘긴 사례를 보면서 ‘나눔은 희망이다’라고 느꼈다.
또 하나, 나눔은 시간을 보장해준다. 우리 앞에 1만 원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1만 원의 가치는 아픈 몸을 이끌고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 하루 종일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 될 수도 있고 유명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돈이 될 수도 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누군가에겐 하루의 시간이, 누군가에게 잠깐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누구나 같기 때문에 나눔의 의미는 배가 된다.
우리 이웃 중에 너무나 어렵게 살고 딱하다 느낄 때 우리는 봉사를 하고 싶고 어디에 기부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때 적십자는 선의가 표출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적으로 연말이 되면 시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쉽게 좋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적십자회비 모금 운동을 시작한다. 희망이 모인 적십자회비로 연탄을 사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따뜻한 방에서 주무실 수 있도록 돕고,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병원비를 보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밥을 굶는 이웃에게 따뜻한 밥과 국물을 나눠줘 배고프지 않게 돕는다.
지난해 이맘때쯤으로 기억난다. 인천 서구에 사는 소녀가장이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가구공장에서 일했다. 그 소녀의 꿈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때 적십자회비가 없었더라면 한 소녀의 꿈은 그대로 사라질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켜줘야 할 꿈이 많이 있다. 누군가의 평범한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와야 한다.
황규철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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