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진두지휘 朴 대통령… 탄핵 대상으로
의장석 점거했던 정세균은 의사봉 두드려
추미애·정동영, 적에서 동지로 ‘찬성 목소리’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12년 만에 재연되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사람이지만 완전히 뒤바뀐 운명이나 처지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가장 극명하게 바뀐 사람은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처리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로 탄핵을 진두지휘했던 박 대통령이 이제 탄핵표결 대상이 됐다.
2004년 탄핵표결 당시 찬반 대립했던 이들이 이번에는 ‘적’과 ‘동지’가 뒤바뀌는 모습이다. 당시 본회의장에는 박 대통령을 향한 탄핵 반대파 의원들의 고성이 쏟아졌다.
3월12일 국회 속기록을 보면 누군가가 “박근혜 의원, 뭐 하는 거야!”, “박근혜 의원, 공개투표 하지 마!” 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이 기표소를 완전히 가리지 않고 투표를 하는 것에 대해 탄핵을 저지하려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당시 탄핵안 가결 이후 한나라당이 민심의 역풍에 처하자 당을 위기에서 구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만신창이가 된 당을 이끌고 여의도 천막으로 당사를 옮기는 극적인 연출을 펼치며 이후 대부분 선거에서 압승하는 ‘선거의 여왕’에 오른다. 하지만, 12년이 지나 9일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이 표결에 부쳐지는 상황을 그의 말대로 ‘담담하게’ 지켜보고 따라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가결되면 대통령직은 곧바로 정지된다.
국회의장으로서 탄핵 표결을 진행하는 정세균 국회의장도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2004년 탄핵 당시는 열린우리당 의원으로서 국회의장석을 점거하는 등 탄핵 반대파로서 극렬하게 저항했다.
정 의장은 9일 오후 표결 뒤 탄핵안 가부를 직접 발표하고, 의사봉을 두들겨야 한다. 정 의장은 탄핵안 발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표결에는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엇갈린 관계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은 탄핵 부결 시 의원직 총사퇴로 한배를 타고 있지만, 2004년 탄핵 당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정반대 진영에 섰기 때문이다.
당시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장으로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사반대했지만, 탄핵안 가결에 대한 역풍이 불고 나서는 정국수습을 주도하면서 야권의 지도자급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졌다.
반면에 추 대표는 당시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역풍에 직면하면서 ‘삼보일배’ 등 혹독한 시련을 견뎌내야 했다.
이처럼 다른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은 9일 본회의장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다시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운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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