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시민들의 촛불 열기는 식지 않은 채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10일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주말 촛불집회가 전국에서 열렸다. 전날인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이라도 박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국의 광장을 가득 채웠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1천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 집회를 개최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오후 8시30분 기준으로 주최 측 추산 서울 광화문 광장 연인원(누적인원) 80여만 명, 지방 24만명 등 전국에서 104만 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를 구속하라’, ‘시간 끌기 어림없다’,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청와대에서 방 빼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김기춘을 구속하라’, ‘우병우를 체포하라’ 등 새로운 구호도 등장했다.
첫 촛불이 켜진 것은 지난 10월29일이다. 2만 명이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한 손에는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1주일 뒤인 2차 촛불집회는 참가자 수가 10배나 많은 20만 명이 참가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검찰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열린 지난 11월 12일 3차 촛불집회에서는 주최측 추산 100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후 한 차례 숨 고르기가 예상댔던 4차 집회(11월19일)도 3차 집회에 필적하는 95만 명이 전국에 모였다.
눈ㆍ비에 기온까지 뚝 떨어진 5차 촛불집회(11월26일)에는 전국 190만 명(서울 150만ㆍ지방 40만)이 참가해 기록을 갈아치웠다. 바람이 불어도 꺼질 줄 모르던 촛불의 세는 이달 3일 6차 집회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주최 측 추산 연인원 232만 명, 경찰 추산 순간 최다 43만 명이 전국에서 촛불을 들어 명실상부 헌정사상 최대 규모 집회로 기록됐다. 이날 집회는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몇주간 집회가 이어지면 1천만 촛불도 넘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촛불의 열기는 뜨겁게 불타올랐지만, 차분한 시민들의 질서의식이 빛을 발하며 평화로운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촛불 시민 대다수는 ‘비폭력’을 외치며 경찰과 충돌을 피했다. 현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스스로 치우고, “경찰도 같은 시민이다”라며 보듬는 모습을 보여 각국 외신까지 주목하게 했다. 법원은 지난 3일 6차 집회에서 청와대와 불과 100m 거리인 효자치안센터 앞 집회와 행진을 사상 처음으로 허용하기도 했다.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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