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상록구 댕이길에 살고 있는 김정생씨(여ㆍ59)의 집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두 아이를 입양, 편견없이 사랑으로 보듬으며 아들 둘, 딸 둘의 엄마로 살고 있는 김씨는 ‘날개없는 입양 천사’로 불린다.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남편과 김씨 부부는 지적장애 2급(다운증후군)인 큰아들 동조씨(32)와 지금은 시집을 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딸(31)이 갓 성인이 되던 지난 1999년, 홀트아동복지 재단을 통해 셋째 은조군(18)을 입양했다.
복지 시설에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신생아 남자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지 3년 만에 이뤄진 입양이었다. 첫째 동조군을 키우며 힘이 들기도 했지만 다운증후군 아이들에게 더욱 큰 사랑과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시간이 흘러 복지시설에서 ‘다운증후군을 앓고있는 여자 아이가 있는데, 입양해 키워주면 아이가 행복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은 김씨는 한순간 망설였다.
당시 여행사를 운영하던 남편의 사업이 기울면서 형편이 어려워졌기 때문. 망설임도 잠시, 김씨는 복지시설을 찾아가 24개월된 막내 금조양(13)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그때 집안 사정이 어렵다고 은조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김씨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 둘을 더해 아들 둘, 딸 둘을 둔 엄마가 됐다.
네 명의 자식들은 모두 김씨의 자랑이다. 첫째 동조씨는 아버지의 사업을 돕고 있고, 대기업에 입사한 둘째딸은 동생들을 위해 전공을 아동복 디자인으로 바꿀 정도로 동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셋째 은조군은 선진학교 2학년 고교과정에서 다양한 수업에 관심을 보이며 꿈을 찾기에 한창이다.
막내 금조양은 지난 11월25일 홍콩에서 개최된 스페셜 올림픽에 탁구팀 국가 대표로 출전해 단식 경기에서 동메달을, 복식 경기에서 은메달을 거머쥐는 발군의 실력발휘를 하며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다. 김씨는 “우리집은 올림픽 가족”이라며 “막내부터 위로 금조, 은조 그리고 동조가 있어 금ㆍ은ㆍ동이 완성을 이루기 때문”이라고 자랑했다.
자식 넷을 훌륭하게 키워낸 김씨는 지난 7월 ‘제30회 안산시 여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모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나 역시 다를 것 없다”며 “한 가족인 우리가 서로를 아끼고, 서로에게 온기를 전하는 것이 특별할 것 있냐”고 반문하는 김씨의 모습에서 더욱 깊은 사랑이 묻어나고 있음이 느껴졌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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