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독일기업 대표로 나온 부사장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면서 히든 챔피언 기업이라고 했더니 반응이 없어, 부사장이 알아듣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고 큰소리를 내어 다시 히든 챔피언이라고 말했더니 부사장은 자사가 이제는 히든 챔피언이 아닌 시장의 대표기업(market leader)이라고 답변해서 머쓱해진 경험이 있다. 독일에는 히든 챔피언 기업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필자는 또 다른 기회에 독일 주요 인사들과의 오찬에 참석했다. 오찬에는 슈뢰더 전 총리와 가브리엘 현 독일연방 부총리가 참석했다. 평소 독일이 꾸준한 경제발전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필자는 이날 독일 경제가 강한 이유에 대한 가브리엘 부총리의 설명에 관심을 기울였다.
독일 경제의 첫 번째 강점은 중견기업이 강하다는 것이다. 독일은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 2천734개 히든 챔피언 중 절반인 1천307개를 보유하고 있다. 독일이 히든 챔피언이 많은 이유는 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집중하는 전문성을 보유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가족 경영의 특징, 창업 초기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생각하여 해외에 생산시설을 설립하는 국제화,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와 연구소와 협업을 통한 기술혁신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견기업이 대기업과의 종속관계에서 탈피하여 협업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독일의 대표적인 히든 챔피언은 Brita(정수기), Henckels(주방용 칼), Karl Storz(내시경) 등이 있다.
두 번째 강점은 연구개발 분야가 강하다는 것이다. 독일 기업의 연구개발비 지출은 2012년 기준으로 538억 유로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연구개발 분야 종사자는 약 35만7천명이며, 연간 독일에서 출원되는 특허는 약 6만여 개에 달한다.
주요 연구기관으로는 1948년 이래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막스프랑크 연구소, 프라운호퍼 연구소, 라이프니츠 연구소, 핼름홀츠 연구소 등이 있다. 이러한 연구소와 대학들이 중견기업들의 요구에 관심을 갖고 중견기업들과 함께 기술연구개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세 번째 강점은 직업교육의 발달에 있다. 독일은 현장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원화 직업교육’(Duale Berufsausbildung)을 통해 직업교육생 60%를 배출하고 있다. 이원화 직업교육은 총 교육기간 2~3.5년 중 3분의 1은 직업학교에서 이론을 학습하고, 3분의 2는 국가가 인정한 기업에서 실무를 익히는 현장중심 교육방식이다.
취업 준비생은 교육 이수 후에 해당기업에 취업할 기회가 높을 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인력수급난 속에서도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자에게 모두 win-win 인 것이다.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이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되어 잘 펼쳐진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김상일 경기도 국제관계대사·前 주시카고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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