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꺼져 교통도 대혼란
최강한파가 기승을 부린 16일 오전 11시께.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추위 속에 의정부시 송산동 일대 차도 위 신호등이 온통 꺼져 있다. 운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거북이 운전’으로 주변 눈치를 살핀 채 엉거주춤 거리며 운전했다. 서로 뒤엉킨 차들 사이로 보행자까지 길을 건너는 모습이 마치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급하게 투입된 교통경찰의 통제도 이를 해소하기 역부족이었다.
이는 앞서 10시께 발생한 한국전력 소속 무인변전소의 화재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 이 불로 의정부시 낙양동, 송산동 등 주변 6개 동 2만527가구에 전기가 완전히 끊겼다. 이에 주민들은 3시간가량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송산동에 사는 홍용희씨(51·여)는 “갑작스런 정전으로 집안 난방시설이 작동 안 돼 집안에서 오들오들 떨다 추위를 피해 집 밖으로 나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와 함께 가게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정전으로 인해 쉽니다’라는 푯말을 붙인 편의점도 눈에 띄기도 했다. 점심을 하는 시민들이 어두컴컴한 식당에서 촛불을 켜고 밥을 먹는 광경도 목격됐다. 낙양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강현숙씨(46·여)는 “따뜻하게 데워놓은 밥이 모두 식어 손님들에게 식은 공깃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역시 혼선을 빚어야 했다. 의정부시 버스 공영차고지에 있던 버스기사들은 배치관련 전자 프로그램이 정지되면서 언제 출발해야하지 몰라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부 버스는 출발 전 차량 검사를 받지 못하는가 하면 버스연료충전도 중지됐다.
이날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의정부 정전’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며 시민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전 측은 “화재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철저한 원인 규명에 나서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부=김동일·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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