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공유가치 창출,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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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북유럽의 맹주였던 덴마크는 1864년 겨울 프로이센과 벌인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 독일 비스마르크의 뛰어난 군사력에 국경지역 유틀란트 반도의 3분의 1을 빼앗긴 덴마크는 전쟁 후 북유럽의 소국으로 전락했다. 이때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끈 위대한 지도자들이 있었다. 그룬트비(1783~1872) 목사도 그중의 한 명이었다.

 

그룬트비 목사는 “잃어버린 땅을 안에서 찾자”고 역설했다. 그는 황무지를 농지로 개발하고 기후와 풍토에 맞는 새로운 낙농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국민고등학교(Folkehojs kole)를 만들었다. 당시 덴마크의 사회적 문제였던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에 노력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빌룬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장난감 공장을 연 크리스티얀센이라는 목수가 있었다. 낙농보다는 목수 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목수로 일한 지 15년이 지난 1932년 작은 장난감 회사를 만든다. 레고(LEGO)의 출발이었다. 레고는 덴마크 언어로 ‘즐겁게 놀자(Leg godt)’를 줄인 말로 놀거리가 없는 어린이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한 뜻을 담았다.

 

2011년 1월 하버드대학 마이클 포터 교수는 의미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공유가치를 창출하라: 자본주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라는 제목이었다.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에 대한 주류경제학의 고민이 깊어질 시점이었다. 논문의 요지는 기업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바 있다. CSV이론이 나오기 전 유엔은 회원국의 사회발전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했다. 기업은 그동안 사회의 도움으로 성장하였으므로 이제는 사회에 이익의 일부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우리의 기업 환경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제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고 기업의 지속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SNS의 발달로 사회 문제에 대한 투명성도 높아지는 등 기업은 이윤 추구만을 위해 비도덕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CSR활동을 기업의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CSV는 CSR에서 진일보한 개념(혹자는 전략적 CSR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함)으로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사회 문제도 해결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레고의 경우 초기 나무 장난감을 만들던 공장이 3번이나 불이 나면서 전환기를 맞이했다. 바로 플라스틱 브릭을 만든 것이다. 그 바탕에는 “오직 최고만이 최고”라는 경영이념이 녹아있다. 그러면서도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놀이 △적당한 놀이 시간 △완전한 품질 등을 추구하는 정신은 공유가치 창출을 실천하고 있다. 

어린이의 창의성을 높이면서도 사업의 수익성까지 추구한 점이 선구적이다. 레고 제품은 작년 6월 기준으로 브릭을 6천억 개를 판매했고, 장난감뿐만 아니라 테마파크, 비디오 게임, 영화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 문제는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경제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에서 일자리의 88%는 중소기업이 제공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당면과제다. 지금 우리 기업이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레고의 정신을 실천하려면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

 

이정화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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