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중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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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통칭되는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은 역대 사상 두 번째로 현직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 되는 결과를 가져올 만큼 중대한 이슈가 되었다. ‘최순실 게이트’는 사건의 명칭에서와 같이 최순실이라는 민간인으로 시작되었지만 사건에 연루된 인물의 범위와 진실규명실체는 어디까지인지 단정 지을 수 없다. 이에 국회차원에서는 국정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조사는 사안의 중대성이 말해 주듯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여·야가 합의를 이루었고,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국조 특위를 신설했다. 특위는 60일 동안 진상규명활동을 할 수 있다. 조사위원회가 활동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 본회의 의결로 30일 연장할 수 있다. 이번 최순실 국정조사가 여·야의 신속한 합의를 이끌어 낸 것과 더불어 평가할 만한 부분은 시작에서부터 ‘파행(跛行)’을 면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국회 국정조사에서 ‘파행’은 일종의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파행의 원인은 주로 증인 및 참고인 채택에 있어 여야의 이해관계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야 간사가 순조롭게 증인 채택에 관한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4차례에 걸친 청문회를 거치는 동안 국회 국정조사는 초기의 순조로운 출발과는 달리 우려점과 개선과제를 낳고 있다.

 

우선 청문회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어 온 증인의 답변 태도와 불출석은 이번 청문회에서도 반복되었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가 말해주듯,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으로 대표되는 그 주변 핵심인물은 모조리 불출석했다. 

어렵사리 출석한 증인들도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증인들 간 엇갈린 진술로 진실게임 양상으로 몰고 가 청문회가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핵심 증인의 불출석에 대한 실효적인 조치 미비로 이번에도 ‘맹탕청문회’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증인들의 태도 등 못지않게 국회의원들의 태도 또한 문제다. 국회 청문회는 국회의원의 태도에 따라 검찰에서 미처 밝혀내지 못한 부분도 밝혀 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일부 조사위원들의 ‘중복질의’ 및 ‘집중질의’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3차 청문회에서 재벌 총수 9명이 출석했지만 대부분의 질의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되었다. 집중질의를 통해 새로이 밝혀진 것은 거의 없었다. 

또한 답변이 포함된 심문시간이 7분이다 보니 증인의 발언보다 조사위원의 발언으로 7분을 채우기 일쑤였다. 청문회는 말 그대로 증인으로부터 듣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의원 위주의 발언은 본래청문회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이외에도 의원들의 청문회 준비 미비로 실시간 네티즌의 독촉을 받기도 하고, 국정조사기간 중 조사위원의 사보임 등 내실 있는 청문회와는 거리가 먼 행태들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현재까지 국정조사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네티즌을 통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최순실의 존재를 이미 알았다는 증거자료를 확보했고, 최씨 일가에 지원된 16억의 출처가 삼성전자라는 점 등 새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최순실 국정조사는 기존의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 

국정조사는 연장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활동 종료 시 결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남은 기간이라도 구태 국정조사의 틀에서 벗어나 국회 스스로 제시한 16여 개 의혹에 대한 의미 있는 조사내용이 결과보고서에 담기길 희망한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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