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살처분땐
문화재청·환경부 협의 반드시 필요
관계자 “다양한 방안 협의 예정”
‘AI 발병시 전례가 없는 천연기념물 지정 조류에 대한 살처분은 어떻게 될까’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사육되던 천연기념물 황새와 원앙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본보 20일자 1면)되면서 동물원 내 다른 희귀조류들의 살처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AI 발생 시 주변 500m내 모든 가금류가 예방적 살처분되지만 천연기념물 특성상 이를 선뜻 이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례가 없던 탓에 살처분 매뉴얼도 없다.
20일 서울대공원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공원 내에는 총 1천314마리의 조류가 사육 중이다. 이 중 재두루미, 두루미, 흰꼬리수리 등 절반에 달하는 602마리가 보존이 필요한 희귀조류로 이 중 천연기념물은 15종 195마리, 멸종위기종은 48종 407마리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과 17일 연이어 황새와 원앙이 AI로 살처분되자 동물원 내 수백여 마리에 달하는 희귀조류의 살처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마리가 폐사한 황새는 천연기념물이자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멸종위기종 1급 조류이며, 중간검사 결과 H5 양성이 나와 8마리가 살처분된 원앙도 천연기념물에 해당한다.
통상 닭과 오리 등을 사육하는 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 메뉴얼에 의거, 예방적 차원에서 반경 500m이내의 모든 개체를 매몰한다. 그러나 천연기념물 등 희귀종의 경우 동물원이나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살처분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살처분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청, 멸종위기종은 환경부와 반드시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동물원 측은 천연기념물의 보존가치를 고려해 현재까지는 AI바이러스가 검출된 개체만 살처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오리류(원앙)의 경우, 특성상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 예방적 차원에서 전량 살처분 원칙을 정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관계자는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 조류의 보존을 위해 전면 살처분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우선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개체만 살처분 할 것이며 추후 관계부처와 다양한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문화재청 관계자는 “오리류는 AI 바이러스의 잠복기도 길어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다른 조류에 바이러스를 옮기고 다닌다”면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조류와 같은 칸에서 사육되는 오리류는 예방적 차원에서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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