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괜찮을 줄 알았다니…무책임한 서울대공원

“AI 발생지역과 거리가 좀 떨어져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지난 19일 서울대공원 동물원 내 황새마을에서 폐사한 황새 2마리가 조류인플루엔자(AI) 양성 반응을 보인 직후 서울대공원 동물원 책임자가 내뱉은 말이다.

 

경기도 전역이 AI로 쑥대밭이 됐는데 철저한 대비책이 있어야 했던게 아니냐던 기자의 질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동물원이 위치한 과천시와는 다소 떨어진 곳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32년의 긴 동물원 역사상 처음으로 천연기념물이 폐사한 비상사태에 동물원 책임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 답변은 그동안 동물원이 어떻게 AI를 대응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지난달 16일 충북 음성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후 무서운 속도로 AI가 전국을 휩쓸었다. 인천대공원과 용인 에버랜드 등 타 동물원들은 임시휴장 조치와 조류 실내 격리조치 등을 통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상공을 휘젓고 다니는 야생조류들이 동물원 곳곳에 AI 바이러스를 뿌리거나 신발이나 옷 등에 바이러스를 묻혀 동물원 내로 들어오는 관람객 등을 사전 방지하고자 한 대처였다. 그러나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어땠는가. 단지 일일 방역 빈도 횟수를 증가한 것이 AI 방역의 전부였다. 동물원에는 황새와 원앙을 비롯해 602마리에 달하는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검은목두루미와 큰장수앵무, 고핀 등 13종 60마리의 희귀조류를 보유한 동물원의 방역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안일한 대응이 지속되는 사이 동물원 내 천연기념물인 원앙 109마리가 안락사됐고, 결국 황새마을 내에는 단 한마리의 원앙도 남지 않는 비극을 맞았다. 다행히 황새마을과 분리된 공작마을에 사는 원앙 70여 마리는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번져가는 AI 특성상 이마저도 추후 감염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지금이라도 달라져야 한다. 황새마을 외 희귀조류가 살고 있는 공작마을까지 AI의 손길이 뻗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다른 조류들은 무조건 지켜내겠다는 자세로 더 이상의 비극을 만들지 않도록 체계적인 방역망을 구축해야 한다. 다시는 “괜찮을 줄 알았다”는 무책임한 대응은 보지 않았으면 한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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