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로 개장 이래 처음 100여 마리에 달하는 천연기념물을 무더기 안락사시킨 서울대공원 동물원 사태(본보 23일자 1면)를 두고 동물원의 부실한 방역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동물원 안과 밖의 방역 책임이 서울시와 과천시로 이원화 되면서 결국 귀한 천연기념물까지 AI 바이러스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25일 서울시와 과천시 등에 따르면 서울대공원 동물원 내부는 서울시가, 외부는 과천시가 나눠 각각 방역을 책임지고 있다. 서울시는 동물원 내부의 가축 전염병 예방 등을 비롯해 전반적인 동물원 관리를 총괄하며, 과천시는 철새로부터의 AI 발생을 막기 위한 동물원 주변 하천 등의 방역을 담당하고 있다. 동물원이 위치상으로는 과천시 막계동에 소재하지만 실제 관할은 서울시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원화된 동물원의 방역 체계로 인해 서울ㆍ과천시 등이 AI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컨트롤 부재 등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못했다. 특히 AI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철새 등으로부터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총괄 책임자 없이 두개의 관리주체가 따로 움직였다.
또 경기도의 경우 지난달 20일 이후부터 12개 시ㆍ군에서 1천200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하며 비상사태에 돌입한 반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은 서울시에서는 이번 AI 사태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황새 폐사 전까지 서울시는 서울대공원 동물원 측에 AI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을 뿐 별다른 지침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 에버랜드나 인천대공원 동물원이 지난달 말 AI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조류들을 격리하고 동물원을 휴원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로 인해 이번 AI와 같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서울시와 과천시 간의 방역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화색조, 검은목두루미, 큰장수앵무 등 희귀조류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만큼 그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동물원 내 방역에는 만전을 기했으나 철새로부터 AI 바이러스를 막기는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현재 환경부와 문화재청, 과천시 등과의 협조를 통해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과천시 관계자는 “동물원에 수백여마리의 조류가 있고 과천시내 있더라도 우리가 관리주체가 아니라 사실상 할 수 있는게 없다. 현재로써는 인근 하천의 방역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지난 18일 동물원 황새마을 내 황새 2마리가 AI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에 황새와 같은 칸에서 사육되던 원앙 8마리를 비롯해 총 109마리의 원앙이 결국 안락사 됐다. 현재 황새마을 내에는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단 한마리도 남지 않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고 추가 확산 또한 을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한진경ㆍ유병돈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