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나라를 불안하게 만든 朴대통령의 심리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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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논단 사건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의 말을 따르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냥 가까운 사이라 의견을 듣는 소위 ‘키친 캐비닛’의 범주는 아닌 듯하다. 박 대통령 스스로는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사람에 대한 경계의 담장을 소홀히 한 탓이라고 답하고 있지만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혹시 무슨 특별한 약점이라도 잡힌 것인가, 또는 재산 형성을 비밀리에 공유해 왔기 때문인가, 여러 추론이 가능하지만 최태민과의 만남에서부터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최태민은 스스로 영의 세계에서 온 칙사라 하며 몸에는 흰 피가 흐른다고 했다. 황당하지만 적어도 최면술에 능통하며 주문을 외우면서 원을 주시하는 방법으로 보통의 무당들을 압도한 것 같다. 일종의 큰 무당으로 통했다는 얘기다. 특히 ‘위’ 세계를 ‘아래’ 세계에 중계하는 ‘중계방송 무당’으로서 망자의 특유한 목소리를 재현하는 기술이 있었던 듯하다.

 

만약 박대통령이 20대 초반에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총탄에 잃고 이런 기술에 포획되었다면 최태민에 의존하는 성향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신의학회가 펴낸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DSM-IV)에 의하면 의존성 성격장애에 대해 ‘보호받고 싶어 하는 지나친 욕구로 상대방에게 복종적이고 의존적이며 헤어짐을 두려워하며, 성인기 초기에 시작된다고 정의한다. 의존의 기저에는 불안이 있고 양자는 악순환의 고리다. 혼자서 일을 감당하긴 벅차고 두렵다.

 

그래서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일단 의존하게 되면 백해무익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없으면 불안하게 된다. 따라서 의존 대상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과도한 불안 때문에 무엇이든 해주려 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영애와 최태민의 관계에 대하여 친국을 하고, 전두환 대통령 역시 최태민을 강원도에 유배시켰음에도 결국 박대통령이 구명호소를 한 것은 의존성 성격장애의 모습인 것으로 의심된다. 현재에 이르러 최순실이 정부인사 및 정책까지 개입하고 국가권력으로 사익을 취하는 것이 가능했던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박대통령은 최씨 일가가 사다 준 속옷을 입고, 담가준 김치를 먹고, 옷을 입는 과정에서 대통령으로 탄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박대통령 역시 최순실을 통해 부모를 갑자기 흉탄에 잃은 상실감과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얻으며 최순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준 셈이다. 일종의 관계중독이었다. 하지만 박대통령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는 불안에 기인한 박대통령의 독특한 행동에서 나타난다.

 

2013년 인천시장 집무실에 잠깐 들리면서 변기 자체를 통째로 뜯어 교체하거나, 2014년 부산 벡스코 ‘한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전용변기가 급조된 것이 사례이다. 특히 영국 순방 시에는 개인화장을 위하여 특정형태의 장막과 조명을 설치했다. 이러한 행동은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과 유사하다. 만약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외출 시에는 꼭 올린 머리를 해야 하고 화장도 일정한 조명 등의 시설 하에서만 고집했다면 역시 강박행동으로 볼 수 있다.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행동이 불필요하고 일상생활에도 장애가 됨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특히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하게 느끼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 개인의 불안감이 나라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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