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까지 설계하는 AI… 알파고 부럽지 않다
일찌감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직업을 추천해주는 인공지능 시스템 플랫폼을 사업화한 신생 기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판교스타트업 캠퍼스에 입주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드림스퀘어(Dreamsquare)’이다.
회사 설립 3년째, 직원 수 7명 남짓에 지나지 않는 신생기업이지만, 시대를 앞서나가며 제품을 개발한 이들에겐 거침이 없다. 커다란 사무실이나 수억 원을 호가하는 장비는 없지만 트렌드를 읽는 감각과 열정, 일에 대한 비전과 신기술 개발 능력이 이들의 최고의 무기이자 전략이었다.
■ 빅데이터에 자체 개발 인공지능으로 직업 추천 ‘Talent X’
“이게 성공하면 노벨상감이다.” 드림스퀘어가 인공지능 플랫폼 ‘탤런트엑스(Talent X)’를 개발할 때 주변에서는 이런 핀잔이 잇따랐다.
학생의 관점에서 학생이 자신을 분석하고, 진로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과학적인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이들의 목표가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핀잔은 곧 칭찬으로 뒤바뀌었다.
드림스퀘어는 지난해 3월 맞춤형 데이터로 사용자에게 직업과 회사를 추천하고 이에 맞는 진로를 설계해주는 인공지능 플랫폼 탤런트엑스를 개발해 인공지능 기반의 직업 상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탤런트엑스는 한마디로 개인 맞춤형 진로 컨설팅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탤런트엑스 웹사이트에 로그인하면 출신 학과, 역량 등 학업과 관련된 정보를 비롯해 업무경험, 선호하는 업무 방식 및 형태, 취미, 가치관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인공지능 프로그램 ‘휴리(HEURI)’가 총 13개의 카테고리 내 100개 이상의 요소 값을 분석해 사용자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선배의 취업 경로를 매칭한다.
드림스퀘어가 세계 3억 명 전문가 경력 데이터를 인간의 사고방식을 모사한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휴리에 머신러닝 기법으로 학습시킨 결과다. 휴리는 통계적으로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직업을 추천해준다.
사용자의 정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 전문가가 지금의 직업을 갖기까지 이전에 어떤 경력을 쌓았고, 그 경력을 통해 어떤 직장을 선택했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입증해낸다.
회사 하나하나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보여주며 관련 직업의 실시간 채용정보까지 보여준다. 이러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전문 컨설턴트가 설명과 맞춤형 진단을 해준다. 주변의 상담에 의존하는 진로설계 컨설팅이 아닌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인 것이다.
이성철 부대표는 “탤런트엑스는 나와 주변인들이 진로를 고민하던 때를 떠올리며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찾고, 커리어를 설계하려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취지로 의기투합해 만든 것”이라며 “시행착오를 줄이고, 자신을 잘 알게 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더 잘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고 자부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3월 미국에서 베타 서비스 시행 뒤 스탠퍼드 대학생 중심으로 30만 명에 달하는 온라인 회원을 확보했다. 현재 미국 버클리대학교와 인디애나대학교 등에서 베타 서비스를 진행해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 대학에 특허사용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이화여대와 연세대학교에서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만족도를 나타내는 순추천고객지수(NPS)는 95%로 나왔다. 이러한 인재 매칭 플랫폼으로 인재와 기업 간 미스매치가 줄고, 구직자의 직업 탐색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드림스퀘어의 시작은 인간의 공통적인 고민을 과학적으로 해결해보자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대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던 한신환 대표는 끊임없이 진로를 고민하는 직장 동료와 선후배를 보게 됐다.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면 조금 더 나은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은 실리콘밸리였다. 글로벌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한국은 제3자 동의를 얻은 데이터만 활용해야 하는 등 무리가 따랐다. 한 대표 등 공동설립자 등 3명은 2013년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한국 법인과 함께 드림스퀘어를 설립했다.
연구 개발을 하던 중 지난해 구글로부터 10만 달러를 지원받으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현재의 부족함을 더 나은 방향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해보자는 시도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 자신들이 뛰어든 사업에 의심하지 않은 용기가 결과로 탄생한 것이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AI 고도화 등 기술 개발적인 부문을 진행하고, 한국에서는 드림스퀘어 운영 등을 담당하며 직원들은 미국과 한국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부대표는 “드림스퀘어의 탤런트엑스는 앞으로 진로 설계를 돕는 서비스를 넘어 궁극적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구인, 구직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드림스퀘어는 탤런트엑스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또 다른 사업분야로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카드사나 유통사 등 대기업 등과 신사업 계획, 소비자 구매 분석 등에 드림스퀘어의 AI 기술을 활용하고자 미팅을 추진 중이다.
AI 기능을 더욱 고도화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추가하는 작업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드림스퀘어 플랫폼에 전문가와 사용자를 매칭해 온라인상에서 채팅을 활용한 진로 상담 등 사용자가 특정 커리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최단경로를 제안하는 알고리즘도 하나씩 구축할 예정이다.
드림스퀘어는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로 대변되는 4차산업이 현재의 세계와 동떨어진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라고 단언한다. ‘진로 결정’이라는 보편적인 고민과 단어에 과학적인 분석을 더해 탤런트엑스가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정자연기자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중소기업도 ‘빅데이터 시대’
제조업계 0.3%만 준비… 정부차원 대응책 필요
■ 활발한 4차산업 대비…중소기업에도 확산해야
4차산업의 핵심 기술로 불리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을 활용은 지난해부터 크게 늘었다.
SK가 IBM 왓슨 기반의 에이브릴을 개발, 출시했고, 의료계에서는 가천대길병원이 왓슨 암센터를 설립했다. 왓슨이 의료진과 함께 대장암 환자 대상의 첫 진료를 진행한 상태로 앞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진료 확대가 예상된다.
공공기관과 기업에서는 빅데이터 도입이 활발히 진행됐다. 은행권과 유통계에서도 빅데이터를 도입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개발한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등 7개 대기업이 출자한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이 지난해 10월 판교 글로벌 R&D센터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300개 제조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중소기업인식 및 대응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기업의 절반(52.3%) 이상이 4차 산업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제조업 영향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64.0%가 타격을 우려했지만, 중소기업의 준비ㆍ대응은 미흡했다. 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93.7%로 압도적이었고, ‘철저히 준비ㆍ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은 0.3%에 불과했다.
긍정적인 점은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국내 중소제조업의 경쟁력,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공장 확산에 범중소기업계가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공장은 전통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원부자재, 생산공정, 유통ㆍ판매의 전 과정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곳을 말한다.
모든 생산 데이터와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ㆍ활용돼 최적화된 생산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지난 2015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ㆍ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공장 도입을 희망하는 중소기업 수요를 발굴, 현재 249개 업체가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최윤규 중기중앙회 산업지원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경제구조가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소제조업도 스마트 공장 도입 등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고, 정부 차원의 대응전략 마련과 창의적 인재 양성, 신산업 육성을 위한 법률 정비 및 규제 혁신 등 선제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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