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공터에 큰 구덩이가 파여 있고
거기에 거꾸로 박힌 기억이 난다.
어떤 아이가 구덩이에 들어가면 재미있을 거라고 했다.
짧은 다리를 밀어 넣는 순간
몸이 거꾸로 뒤집혔다.
고요함 속에서 이상하게 두렵지 않고
공터 앞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하늘을 걷는 쉬운 방법을 알았지만 잊혀져갔다.
어른이 되어서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거꾸로 서기를 해 보아야겠다.
한 번쯤 거꾸로 서기를 해보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던 기억을 해보려고 한다.
거꾸로 보면 희망이 있을 것 같다.
김미현
경북 안동 출생. 한국경기시인협회, 안동작가회 회원. 글밭동인. 2008년 올해의 안동작가. 2016년 한국 시학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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