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 판결이 나면 60일 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5월 혹은 6월 중에는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과 대선 잠룡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가칭)개혁보수신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흩어진 보수층 표심 경쟁에 돌입했고 야권은 ‘개헌론’, ‘대선 결선투표’ 등을 놓고 합종연횡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여야 잠룡들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새롭게 이끌어 갈 적임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혼란한 정국 속에 치러지는 조기대선. 본보는 정치 전문가들에게 향후 조기 대선의 주요 이슈와 구도, 주목해야 할 잠룡 등 19대 대선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대담=김성수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종빈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효성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통령선거가 예상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슈가 무엇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 김성수 : 야당 주요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계속해서 주장하는 부패, 기득권 청산 및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등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패, 기득권 청산에는 검찰 개혁과 한국 사회의 오랜 병폐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재벌체제 개혁에 대한 것도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한편 여권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 역시 조기대선 이슈가 될 수 있다. 보수진영에서 안보와 북한 이슈 역시 빠지지 않고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 윤종빈 : ‘박근혜 심판론’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촛불민심은 야권으로 하여금 대선에서 ‘박근혜 심판론’을 주장하게 만들 것이다. 그 다음은 ‘낡은 정치 심판론’이다. 조기 대선 과정에서 그 중심에는 국민의당이 설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개혁보수신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야권의 일부 세력이 함께 제3지대를 구성해 ‘낡은 정치 심판론’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끝으로 권력구조만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이다. 이는 제3지대에서 정계개편을 시도하는 세력들이 연대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 이준한 : 첫째는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청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즉, 언론 탄압이나 정경유착, 사법부의 독립성 결여 등 우리 사회에 뿌리박혀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국민에게 어떻게 신뢰를 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정치는 신뢰가 제일 중요한데 박 대통령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직하고 안정적이고 국민과 소통을 잘하는 사람, 박 대통령의 정반대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지금으로서는 국민에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효성 :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처리 문제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처리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도 중요해 보인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을 뿐더러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고 무능하게 대처했다는 점, 이는 정부의 신뢰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비전과 논의도 지켜봐야할 것이다.
-여야 대선 잠룡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선 잠룡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은 누구이고 이유는?
△ 김성수 :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더불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특히 최근 탄핵과 촛불집회의 기류를 타고 급격하게 세인의 관심을 끌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 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향후 대선 정국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반 사무총장이 어떤 행보를 펼치느냐에 따라 향후 대선 레이스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여권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남경필 지사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윤종빈 : 첫 번째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현실 정치, 현실 선거 차원에서 볼 때 당내 세력과 조직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음은 반기문 UN 사무총장이다. 반 기성정치, 성공한 외교관 이미지가 큰 장점이다. 그러나 도덕성 및 자질 검증 과정을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써 안정적인 이미지를 어필해 보수진영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끝으로 안희정 충남지사를 꼽는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이고 정치 및 행정능력에 대한 검증을 받았다. 아직 나이-경륜-인지도 측면에서 열세지만 확장성이 취약한 문재인 후보의 대안으로 급부상할 가능성 크다.
△ 이준한 : 야권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세가 무섭다. 미국의 트럼프와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문 전 대표의 독주로 이탈될 수 있는 유권자들을 모을 수 있는 후보로 인식되고 있다.
민주당의 판을 키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권에서는 새누리당과 신당을 나눠서 보면 새누리당에서는 마땅한 주자가 없다 보니 윤상현 의원(인천 남구을)이 대선에 도전할 만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보수신당은 오세훈 전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를 꼽고 싶다. 이들은 현재 기득권,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 이효성 : 먼저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48%의 지지를 받았고 이미 혹독한 후보 검증도 거쳤다. 또 대통령 비서실장, 민정수석, 국회의원 등으로 국정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중도나 우파 유권자로의 확장력이 약한 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정국에서 촛불 민심을 가장 잘 읽고 대변한 후보다. 또 성남시 재정을 안정화 시켰고 복지정책으로 시민들의 지지가 높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탄핵정국에서 얻은 반짝 지지를 계속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현재 여권에서 내세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후보다. 그러나 국내 정치 경험이 없는 관료출신이다. 또 현재 여권이 개혁의 대상이고 본인은 이제부터 혹독한 후보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번 대선구도를 전망한다면.
△ 김성수 : 새누리당 비박계가 분당한 후 제3지대에 둥지를 틀고 최근 창당을 시사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 새누리당에 남게 되는 친박계는 지명도를 가진 인사를 영입하며 범 전통보수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반 총장의 카드는 비박을 포함한 제3지대와 새누리당에서 다 사용 가능할 것이다. 결국 ‘다여다야’ 구도로 향후 대선 정국이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 윤종빈 : ‘다여다야’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본다. 여권에서는 친박 세력이 박 대통령의 사후 보장과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끝까지 독자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여 여권은 반드시 분열할 것이고, 야권 또한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대권 의지가 강해 분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야권의 통합가능성도 크다. 이런 구도에서는 당 조직력과 핵심지지 세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는 문 전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
△ 이준한 : 현재로서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의 거취가 대선구도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또 야권 주자가 몇 명이 나오느냐도 중요한 요인이다. 야권 단일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문 전 대표, 안 전 대표는 다시 합쳐지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이 개인적으로 아쉽다.
△ 이효성 : 새누리당 분당이 현실화됐지만 일시적 분당일 것으로 보인다. 친박·비박 정도의 차이일 뿐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이들 사이에 정치적 이념이나 행태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만일 여권이 분열된 채 대선까지 간다면 여권 후보 2, 야권후보 3(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만일 여권이 다시 결합한다면 여권 후보 1, 야권후보 3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윤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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