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류 폐사체 먹고 ‘전염’ 위험 “AI 의심… 길고양이 잡아라”
지자체, 살처분 업무에 ‘파김치’인데 “무슨 수로… 환경단체도 반발”
정부가 길고양이의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자 포천과 이천 등 일부 지역에서 길고양이 포획을 지시(본보 1월 3일자 7면)하면서 해당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달여 계속되고 있는 AI로 피로가 누적된데다 길고양이 포획에 대한 환경보호단체 등의 반발도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상당수 지자체가 포획보다는 폐사축 검사로 대신하고 있어 자칫 뒤북조치란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부터 오는 13일까지 포천과 이천, 안성·여주·평택 등 5개 시를 포함, 전국 주요 AI 발생지역 11개 시·군에서 길고양이를 포획해 AI 감염 여부를 확인하도록 해당 지자체에 시달했다.
검사대상은 AI 바이러스 검출 지역 반경 10㎞ 내에서 생포되거나 폐사한 채로 발견된 길고양이다. 이는 지난 1일 포천시에서 폐사한 집고양이 1마리와 길고양이 2마리에서 H5N6형 AI가 발견되면서 길고양이들이 조류 폐사체 등을 먹고 AI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고양이 포획을 두고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우선 1달가량 AI가 지속하면서 이미 살처분 등 관련 업무가 포화상태인데다 길고양이 포획에 대한 환경보호단체 등의 반발도 큰 탓이다.
도내 A시 관계자는 “매몰이 완료됐더라도 농가 청소 등 살처분 관련 업무도 많고 행정업무도 상당하다”면서 “이런 와중에 밖에 나가 길고양이를 일일이 잡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B시 관계자 역시 “이번 포천 사건 이후 행여 길고양이들을 살처분할까 환경단체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지자체들은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위탁하거나 대부분 살아있는 길고양이를 포획하는 대신 폐사축 검사로 대체하는 상황이다. 폐사축 검사는 길고양이 사체를 발견하면 수거해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에 AI 감염 여부 검사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폐사축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올 경우, 감염경로 파악이 어려워 자칫 뒷북조치가 될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포가 아닌 폐사축 검사 방식은 고양이의 활동 반경과 거리, 가축생태 특성 등을 역학적으로 분석해 관리하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진경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