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공직자·벼슬 그리고 닭… 닭띠 해 그들만큼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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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달이다. 해가 바뀌는 하루를 사이에 두고 지나가고 다가올 일 년이 갖는 의미를 주고받는 덕담들로 SNS가 폭주해 통신장애가 발생할 정도라고 한다. 음력으로 계산해야 맞겠지만, 원숭이의 해가 지나가고 닭의 해가 1년을 기다리고 있다. 12간지의 주인공들은 상상의 동물인 용을 포함해 흔히 짐승이라 불리는 동물들이다.

 

사람이 제 구실을 잘 못할 경우 “짐승만도 못하다”는 모욕적인 말을 듣게 된다. 작년을 시작으로 우리는 한 나라의 대표자로서 인간이 갖추어야 할 자질문제가 불거지면서, 2017년을 이끌어갈 한 해의 상징으로서 짐승에 해당하는 동물인 닭을 들추고 거기에서 배움을 찾아야 하는 가슴 아픈 현실 앞에 서 있다. 과거에는 정치에 입문한 자들을 벼슬아치라 했다.

지금 청와대에 근무하다 청문회와 심판에 불려 나오는 자들. 대부분 이 벼슬아치에 해당한다. 벼슬아치는 무슨 의미일까. 재미있게도 올해를 상징하는 닭의 머리에 붉게 돌출돼 있는 볏을 빗댄 말인데, 벼슬아치들에게 닭이 가진 의미를 부여해 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닭의 생태를 살펴보면 공직자, 벼슬아치로서 지켜야 할 품위와 책무, 배울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먼저 닭은 혼자이고 배가 고플지라도 먹이를 발견하면 ‘꼭꼭꼭’ 소리를 내며 이웃, 가족을 또는 어린 개체들을 불러 모으는 본능을 발휘한다. 공직자요 벼슬아치라면 끼니조차도 내가 우선이 아닌 주변과 백성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는 어린 병아리를 가진 엄마 닭은 어떠한 위협이 닥쳐도 어린 것을 포기하거나 위협상황으로부터 물러서는 법이 없다는 것. 자신의 몸으로 부화시킨 병아리를 이끌고 다니는 어미 닭은 위협이 될 만한 동물을 만나게 되면 온몸의 털을 부풀리고 날개를 펼쳐 자식인 병아리를 감추고 부리와 발톱으로 위협하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공직자, 벼슬에 오른 자라면 백성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경우 자신의 몸을 바쳐 그들을 지켜내라는 뜻이다.

 

셋째는 수많은 짐승 중에 닭은 학문을 연마한 자들의 상징인 돋보이는 관을 머리에 달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으로 나아가 일을 해야 할 뜻이 있는 자라면 모름지기 학문을 연마해 세상을 통치할 철학과 양식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넷째는 닭이 가진 믿음이다. 닭은 날이 밝아오는 새벽이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구름이 끼고 안개가 자욱해 사방 분간이 어려운 상황에도 어김없이 목청을 돋워 날이 밝았음을 알려주는 믿음의 상징이었고 사람들은 이러한 점을 배우고자 했다.

 

다섯째, 닭은 늘 가족과 자신을 방어할 비장의 무기를 갖추고 있다. 닭다리를 살펴보면 종아리에 관절이 없어 못이나 다름없는 강하고 단단한 며느리발톱이 있는데 이것은 천적이나 공격자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켜내는 강력한 무기에 해당한다. 평소에는 이 무기를 쓸 일이 없지만,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이 위험할 경우 이 날카롭고 강력한 무기를 활용, 적을 제압할 줄 안다. 이런 점들을 배우고 익히라고 벼슬이란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한 나라의 국격이 닭만도 못한 벼슬아치들로 인해 난관에 봉착해 있다. 하늘도 맞장구를 쳐 주고 있는 것일까 마는, 작년을 시작으로 인구와 맞먹는 닭이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살처분되고 있으며, 올 한 해는 닭 세상, 닭띠 해이다. 제발 식탁에서만 닭을 찾을 것이 아니라 한 나라를 이끌어갈 천 년짜리 밥그릇, 정치철학, 사상, 윤리, 신뢰 그리고 학문의 상징으로 닭을 닮아보려는 노력을 해주면 안 될까.

 

치킨으로 닭을 만날 것이 아니라 치켜세울 존재로 닭을 닮자. 닭만도 못해 보이는 벼슬아치, 공직자들에게 닭띠 해를 핑계삼아 일 년 내내 며느리발톱을 세게 들이밀어보자. 그들을 바꾸지 않는 한 모든 국민은 그들이 만든 닭 뀀에 꿰일 날만 기다리게 될 것이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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