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주식투자할 때 포기해야 하는 것들

▲
학교에서 투자에 대해 공부를 하던 시절 미국 금융시장의 60여 년간의 장기 통계를 보며 감명을 받았던 적이 있다. 연 평균 수익률로 볼 때 주식시장이 국채보다 약 7% 포인트 높았다. 주식 투자로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0년 가까이 주식투자를 업으로 살아오며 잃은 것이 참 많다.

첫째는 마음의 평화다. 주식은 예금과 달리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배당은 하지만 이자만큼 일정하지도 않다. 시간이 지나 만기만 되면 약속했던 원리금이 통장에 찍히는 일 따위는 상상할 수도 없다. 

직접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처럼 투자한 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려다 보니 쏟아져 나오는 자료를 읽고 정보를 분석하느라 수험생 시절보다 바쁘고 고달프다. 거의 강박적이다. 생각지도 못 한 일로 손실을 본 적은 많지만 뭔가 깜빡해서 돈을 벌어 본 적이 없다 보니 더욱 그렇다.

 

둘째는 타인에 대한 신뢰다. 나름 품을 팔아 전도유망한 기업을 찾아내서 투자를 했는데 정작 회사의 상황이 좋아지자 대주주가 회사의 성과를 다른 주주와 공평하게 나누지 않고 교묘한 편법을 써서 독차지하는 파렴치한 경우를 너무 자주 겪었다. 

▲
직접 동업을 할 때처럼 사업 자체만이 아니라 동업자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턱없이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 뒤통수의 안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셋째는 남들과의 일체감이다. 1999년 바이 코리아 선풍, 2000년대 중반 적립식 펀드 붐, 2011년 차화정 랩 열풍, 2015년 바이오 광풍. 모두 돈과 사람이 몰려들어 단기간에 시세가 비이성적으로 폭등 후 폭락한 경우다.

분위기보다 계산기를 믿다 보니 시장이 달아올라 다들 희희낙락 할 때 같이 어울리지 못 하고 구경만 했다.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지만 내심 무지하게 부러웠다. 어쨌든 남들이 덜 가는 한적한 길만 고집하다 보니 여태껏 살아 남았는데 어느 새 일상에서도 사람들이 몰리는 번잡한 곳을 피하는 버릇이 생겼다.

 

도대체 주식이 뭐길래 이렇게 살았을까? 답은 7% 포인트다.

 

이서구 가치투자자문 대표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