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소통, 흐르는 물처럼…

▲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견해를 기준으로 생각한다. 그 견해가 옳다고 여길수록 남과 대립할 개연성이 커진다. 상이한 의견은 조정이 필요하다. 그 수단이 대화다. 대화를 뜻하는 다이얼로그의 어원은 dia(통)와 logue(말씀)이고, 컨벌세이션은 con(합)과 versation(대립)이다. 두 단어를 조합하면 ‘말을 통해 이견을 조율한다’는 의미가 된다.

 

독일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대체로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점이 인상 깊다. 심지어 대답을 해도 되는지 묻고 나서 말하기도 한다. 교육의 결과이고 훈련된 사회문화라고 본다. 우리는 그런 방식에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그러니 회의나 토론을 잘 할 수가 없다. 말과 강의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교수들도 이 부분에는 취약하다.

 

대화의 기본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자르고 자기 말만 계속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상대는 대화에 흥미가 없어지고 무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의 마음을 관통하지 않는 말의 행위는 대화가 아니라 웅변이나 설교하는 것이 된다.

듣기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자신이 할 말만 생각한다. 상대의 견해를 귀담아듣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읽지 않고 답을 적는 수험생과 같다. 잘 듣는 것은 훌륭한 대화기술이다. 듣는 동안 상대 견해의 요점을 간파하여 자기주장의 오류를 찾아내고 논리를 정돈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겪고 있다. 소통의 시스템을 망가뜨린 결과로 받은 업이다. 바른 소통은 많은 영역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엄격한 명령도 대화의 통로가 열려있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다양한 이견을 조율할 기회가 사라지면 흐르는 강에 댐을 막는 것과 같이 된다. 경직된 조직일수록 물의 숨길을 열어두어야 한다. 제대로 흐르지 못해 오염된 물이 넘쳐 우리 사회는 지금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다이얼로그가 고대 그리스에서는 주로 독백을 의미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자기 자신과도 대화할 수 없는 사람이 타인과 잘 소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타인과 말하기 전에 자신을 진솔하게 성찰해야 한다는 삶의 철학은 아니었을까.

 

주용수 작곡가·한국복지대학교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