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 처마

무심하게 공원을 거닐던 내 시야에,

얼굴에 빗방울이 엇갈리며 떨어진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움찔거리는 벚나무들

어느 새 한쪽 어깨가 젖어 있는 나

어디에도 처마는 보이지 않는다

빗방울은 나무의 뿌리까지 적시며 거세지고

호수의 나머지 어깨도 비에 젖고 있다

빈 의자 위에 있던 과자 봉지 안,

달콤함을 탐하느라 정신없는 개미떼들

때론 달콤함이 처마가 되어주기도 하지

빗방울에 놀란 비둘기는 똥을 내지르고

오리는 풀섶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알을 낳고

비를 피하느라 사람들이 정신없이 흘리고 간

발자국들이 제가 끌고 온 길을 어쩔 줄 몰라 젖는다

비오는 공원에서 뜻밖의 풍경들을 보고 있다

 

▲ 제주 출생. 1999년  신춘문예, 2001년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  .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웹진  편집위원.
▲ 제주 출생. 1999년 신춘문예, 2001년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 .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웹진 편집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