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공원을 거닐던 내 시야에,
얼굴에 빗방울이 엇갈리며 떨어진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움찔거리는 벚나무들
어느 새 한쪽 어깨가 젖어 있는 나
어디에도 처마는 보이지 않는다
빗방울은 나무의 뿌리까지 적시며 거세지고
호수의 나머지 어깨도 비에 젖고 있다
빈 의자 위에 있던 과자 봉지 안,
달콤함을 탐하느라 정신없는 개미떼들
때론 달콤함이 처마가 되어주기도 하지
빗방울에 놀란 비둘기는 똥을 내지르고
오리는 풀섶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알을 낳고
비를 피하느라 사람들이 정신없이 흘리고 간
발자국들이 제가 끌고 온 길을 어쩔 줄 몰라 젖는다
비오는 공원에서 뜻밖의 풍경들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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