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다. 광장집회가 끝날 기미를 안 보인다. ‘촛불’과 ‘태극기’를 앞세운 각각의 시위(집회)가 세 대결 양상을 띠면서 매주 토요일이면 일촉즉발의 화약고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아슬아슬하다. 저들은 ‘평화 집회’ ‘문화제 행사’로 축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거기 기저에는 ‘증오’가 흐르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무탈하게 지나가고 있지만 헌재의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가 판결 났을 때도 축제로 마감이 될까(?). 제발! 축제로 끝내다오!
주최 측은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시위문화를 기획한 것이라면 이쯤에서 멈추던가, 아니면 최소한 밥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 나타나 혁명을 부추기는, 소위 대권주자라는 정치인(꾼)들은 빠져 달라고 요청했으면 한다. 나는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됐을 때 이 멋진 시위를 멈췄어야 했다고 지난번 칼럼에서 주장한바 있다. 거기에서 한 발 더 나가자 태극기 집회가 세 대결의 맞불 집회로 바뀌기 시작했고 ‘시민 혁명’ 운운하는 정치꾼의 선동이 끼어들었다. 소위 잠룡이라는 지자체장에 국회의원들까지 시위의 흐름을 타고 앉아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정치꾼들은 이 시위 기저에 흐르는 증오를 교묘히 이용해 자신의 정권욕을 채우려 하는 것이다. 증오는 상대에 대한 공격적인 충동이 오랜 기간 쌓인 복잡한 감정으로, 혐오감과 분노가 같이 느껴질 때 나타난다. 주된 기능은 상대를 파괴하는 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활용, 공중(公衆)의 증오를 불러일으켜 그들의 선두에 서서 자연스럽게 추앙을 받으려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대량실업, 부동산시장 불안정이 낳은 빈부 양극화, 장기경제 불황, 경쟁 지상주의 등이 만연하면서 소수의 행복을 위해 다수가 불행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집단증오’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처음엔 분노로, 그 정도가 심해지면 증오로 바뀌게 된다.
“한국에서는 군중의 감정이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강력한 야수로 돌변해 법치를 붕괴시킨다. 한국은 이를 민심이라고 부른다.” “국민의 가변적 의견을 법보다 맨 위에 놓는 한국적 개념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한국에서 35년을 살았다는 마이클 브린 전 외신기자클럽 회장).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아직 정치적 후진국인가.
백범 김구는 ‘나의 소원’에서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동포 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다”고 했다.
이제 각자 삶터로 돌아가 나라가 평상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참으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지도자, 정치인(정치꾼 말고)은 없는 걸까.
정치지도자들의 용기를 기대한다.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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