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주식이 그렇게 쉬워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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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주식 투자다 보니 명절이면 듣는 난감한 질문이 있다. “뭘 사야 돼?”

 

어떻게 답을 해도 본전을 건지기 힘든 질문이다. 지금 좋아 보이는 주식이 다음 명절에도 좋으리란 보장은 없다. 경제 여건이 바뀌고 회사의 상황이 바뀌면 특정 주식의 투자 매력도 역시 바뀌기 마련이다. 이런 변화를 꾸준히 살피고 판단하는 부지런한 투자자가 성공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사람들은 가전제품 하나를 살 때도 품을 판다. 직접 매장을 방문해 여러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을 비교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최저가 판매처를 찾아 구매한다. 그런데 안 사도 되는 주식을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살 때는 너무도 쉽게 결정을 한다.

 

2천개 남짓한 상장 주식들을 앞에 두고 4음절 질문 하나로 수익을 얻겠다는 나의 친지분은 애초에 주식을 하면 안 되는 부류다. 물론 일반인이 특정 회사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이 전문가가 대신 운영해주는 펀드를 선택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주변에는 펀드에 투자해 재미를 봤다는 사람도 없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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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펀드를 선택하는 방식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펀드를 고를 때 최근 실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단기 성과가 좋은 펀드에 자금이 몰리면 운용자는 일단 그 돈으로 기존 투자 종목을 더 산다. 당연히 실적은 더 좋아진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자금이 몰린다.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안다.

 

단기간에 규모가 커진 펀드는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단기 성과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평균과 다르게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다. 좋을 때는 일등이고 나쁠 때는 꼴찌를 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간의 호실적이 실력 때문인지 우연 탓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최소 5년에 걸친 장기 성과를 보는 것이 좋다. 고수익의 욕심에 가장 잘 나가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황소도 돈을 벌고 곰도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살될 뿐임을 명심하자.

 

이서구 가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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