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기지촌 여성, 세상 밖으로 나오다] 完. 달라진 시각

기지촌 위안부 국가책임 첫 인정 ‘변화의 바람’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전지원 부장판사) 법정에선 미미하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를 불러올 의미 있는 판결이 내려졌다. 기지촌 여성의 또 다른 멸시 단어인 ‘양OO’나 ‘양XX’가 ‘기지촌 위안부’로 판결문에 기록됐기 때문이다.

앞서 파주 등 전국 기지촌 여성 122명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었다. 

무려 10개 법무법인이 기지촌 여성을 대신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소송 참여 기지촌 여성들은 “정부가 기지촌을 조성하고 성매매를 용인했고, 애국교육도 실시했다”며 “정부는 수용소를 만들어 기지촌 여성들을 불법적으로 가두고 성병 치료를 강요했다”고 말하며 신체적ㆍ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1천만 원씩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전지원 판사는 “정부와 미군은 성병에 걸린 미군을 상대로 접촉자 추적조사(Contact tracing)를 벌여 관계를 한 기지촌 여성들을 강제 수용해 성병을 치료했다. 국가에 의한 국민 불법 구금은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한 인권침해다. 국가는 57명에게 각각 500만 원씩 지급하고, 나머지 65명은 성병 감염자 격리수용법이 시행된 1977년 8월 이전에 강제 수용됐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같은 판결은 기지촌 여성에 대해 국가가 일부 나마 잘못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역사상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법원이 기지촌 여성을 위안부로 인정하고, 이들의 인권침해를 불법으로 간주해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는 인류 보편적 시각을 보여 줬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기지촌 여성들은 물론, 이들과 미군 병사 사이에 태어나 입양된 혼혈인들에 대한 인식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게 여러 기관에서 감지되고 있다.

 

20일 경기도의회와 파주시, 햇살사회복지회 등에 따르면 전국 광역의회로는 처음으로 정대운 의원 등이 지난 2014년 7월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관련 상임위에 계류 중인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안에는 실태조사, 복지향상을 위한 도지사 책무, 지원대상과 지원사업 규정, 지원기관 규정 등이 담겨 있다. 현재 기지촌 여성에 대한 ‘공익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조례안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파주시의 세계 최초 입양인ㆍ혼혈인 모국방문 프로젝트 추진도 한때 기지촌이 있던 지자체의 바람직한 변화로 관심을 끌고 있다. 8억 원의 행정자치부 특별교부세를 신청해 진행하는 ‘엄마의 품(Mothers arms) 공원’이 연내 파주 ‘캠프 하우즈’에 1천 ㎡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전송자 파주시 관광팀장은 “20만 명에 이르는 해외 입양인과 입양혼혈인들에게 한국방문 때 모국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조성한다”고 말했다.

 

기지촌 여성 사안은 50여 년이 넘도록 사회가 잊고 싶어도 결단코 지울 수 없는 역사적 실체이다. 기지촌 여성은 소송이라는 법률적 창구에서 최초 증언을 통해 ‘기지촌 위안부’로 인정받았고 사회에 첫걸음을 내 디뎠고 소통의 손을 내밀었다. 이젠 대한민국 공동체가 앞으로 할 일을 확인하는 답을 해줄 차례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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