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난초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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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닭으로 상징되는 정유(丁酉)년 새해가 시작 된지도 벌써 2개월여가 지나고 있다. 최00 게이트(?)로 시작된 새해에는 매주 집회로 국정불안과 다가올 대선으로 정치만 난무하고 우리 민생은 저 만치 멀어져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실감하며 얼룩 진지 오래다. 하지만 서서히 봄은 오고 있다.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하고 일년 농사가 시작되면서 꽃들도 만개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가정은 화분들을 구입하여 새 단장을 하곤 한다. 이러한 화분 중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 중의 하나가 난초꽃이다. 난초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재배역사가 매우 긴 고전식물로 단자엽 식물 중에서는 가장 진화된 식물로 알려져 있다. 난초와 인간은 서로 닮은 점이 많다고 한다.

 

우선 난초와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볼 때 모두 왕이라 할 만큼 가장 진화가 되었다. 난은 끼리끼리 모여 군락을 이루어 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인간과도 유사하다. 그리고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식이 생기면 자식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고 있듯이 난초도 종자가 생기면 모든 양분을 종자를 생산하는데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도 같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인간의 임신기간이 10개월인데 반하여 난 꽃도 수정이 이루어진 후 종자가 익는데까지 10개월이 소요되며 인간이 동성동본이나 근친상간의 결혼을 금기시 하듯이 난초도 같은 포기의 꽃끼리 꽃가루받이를 하면 종자 형성이 잘 되지 않는 근친상간을 싫어 한다는 사실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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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꽃은 주로 집안의 생활공간에서도 거실이나 침실에서 인간과 동거한다. 이제 꽃단장을 하는 봄이 오면서 전국 각지에서 꽃전시회도 도래하고 있다. 그래서 예부터 화훼농가들은 이 특수철에 맞추어 난을 비롯한 봄꽃들을 준비하여 출하하곤 하였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침체로 상징되는 뉴노멀시대의 심화와 지난해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여파로 한숨만 깊어 가고 있다. 이러한 화훼농가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농업관련기관에서는 1T1F로 꽃 생활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농촌진흥청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도 생활 속의 화훼소비 촉진을 위하여 작은 난 품종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난초류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서양란 중 심비디움과 팔레놉시스 품종을 소형화하였다. 기존의 심비디움은 주로 잎 길이가 70~80cm되는 중형종이지만 현재 주력 육성품종인 심비디움은 50~60cm정도 크기다.

팔레놉시스 소형종도 머그잔 크기의 화분에 담아 책상위에 두고 감상하기에 좋다. 특히 지난해 개발한 ‘핑키’ 품종은 소형 품종으로 한 개의 화분에 20여 송이 정도 꽃이 달리기 때문에 볼륨감도 돋보인다. 새봄을 맞이하면서 가정과 사무실에 난 화분으로 더 큰 행복을 전하기 위하여 신비로운 난초 꽃을 바라보며 인간을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김완수 경기도농업기술원 강소농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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