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는 작은사회 첫발 “아빠가 응원할게, 화이팅”
아이는 뾰로통했다. 유치원 졸업식 때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마음에 펑펑 울었던 아이다. 그 기억 때문인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설렘보다는 떨리는 마음이 가득해 보였다.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던 아이는 이내 고개를 무릎 사이에 푹 넣었다.
그러던 아이는 아버지의 품에 안기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와 장난을 치는 모습에는 ‘부자(富者)’보다 더 큰 ‘부자(父子)’ 간의 행복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제 부모의 품을 떠나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아들 이준환군(8)의 모습을 보며 밝게 웃던 아버지 창훈씨(44)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자영업을 하는 창훈씨는 평일에는 아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파장시장 부근에서 가게를 하는 까닭에 오후에 출근하고 새벽 늦게 돌아온다. 가게가 쉬는 날이나 아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는 날에는 집에서 아들을 돌보거나 함께 놀러가기도 했지만, 학교에 가면 주말을 제외하고는 이제 얼굴 보기도 쉽지 않아질 것이다.
그래도 활달하게 잘 크는 아들을 보면 아버지의 얼굴에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아버지에게 아들은 언제나 자랑거리다. 유치원에서도 워낙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고, 선생님들에게 칭찬도 많이 받았다. 집에 있는 것보다 친구, 동네 형 집에 놀러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에게 많은 친구와 만나는 학교는 ‘천국’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부모 마음’이랄까.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고 싶지만, 어느 정도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학교가 집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정도로 가까워 등하교는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학교생활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될 것이다. 어떤 친구를 만날지, 어떤 선생님을 만날지도 관심사다.
공부도 공부지만, 아들이 무엇보다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으면 하는 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아들이 외향적이고 놀기 좋아하는 만큼 서로 뛰어놀 수 있는 친구들이었으면 좋겠다. 같이 축구도 하고, 놀이터를 누비면서 건강한 학교생활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훈씨는 “성격이 밝고 착한 아이라 크게 걱정되는 것은 없다”면서도 “그래도 부모 마음이라는 게 마냥 안심하기도 어렵더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말을 듣던 준환군은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거렸다. 준환군은 “학교 가는 게 떨려요. 친구들을 많이 많이 만났으면 좋겠어요”라며 환히 웃었다. 아들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아들 배를 간지럽히며 장난을 치는 것으로 화답했다.
책가방도 사고, 준비물도 샀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준환군은 2일 앞으로 6년을 보낼 초등학교 입학식에 갔다. 이제는 유치원을 벗어나 어엿한 초등학생이다.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선생님, 친구 등 앞으로 평생을 이어갈지도 모르는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밤늦게까지 일한 아버지는 아침 일찍 짬을 내 아들의 의젓한 발걸음을 함께 했다. 아직은 자그마한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아버지는 힘찬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재밌고 즐거운 학교생활 보내길 바란다. 아빠가 응원할게. 사랑한다 아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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