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갯끈풀의 독존, 이제는 생물 다양성 위한 공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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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갯끈풀은 지난 2015년 국내 분포가 공식 보고됐다. 하지만, 갯끈풀은 이미 2012년 강화도 동막 해변에서 확인된 후 강화 앞바다와 전라남도 진도 갯벌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였다. 면적으로는 강화도 갯벌에 1만2천149㎡, 진도 갯벌에 7천179㎡로 무려 2만㎡가 이미 갯벌의 본래 기능을 상실하고 초원으로 변해버렸다. 갯끈풀의 증식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강화지역의 갯끈풀 군락은 6개월 사이 2배 가까이 증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계 교란 생물이자 유해해양생물로 지정된 갯끈풀은 갯벌에 자리를 잡으면 빠른 속도로 밀집 생장하면서 주변의 식생을 교란하고, 단일종으로 군락을 이루며 생물 다양성을 파괴한다. 또한 특유의 빽빽한 줄기와 뿌리는 다른 저서생물이 서식하기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염생식물과 패류군집을 몰아내고, 조류와 철새의 서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갯벌은 육상으로부터 유기물과 영양염류 등이 끊임없이 공급되며 하루에 두 번 바닷물에 잠기고 드러나기 때문에 다양한 생물들에 서식처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갯벌 생태계는 지구상에서 생물 다양성과 생물 생산성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갯벌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전체 갯벌은 연간 16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갯벌이 외래종인 갯끈풀로 인해 황폐해지고, 갯벌에 살던 생물들과 갯벌에서 소득을 올리던 어민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갯끈풀이 무조건적인 위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는 가축사료와 간척지 식물, 제방 안정화, 해안선 침식 방지 등을 목적으로 일부러 도입시켰던 적이 있다. 특히 갯끈풀은 녹색거름과 사료, 바이오미네랄, 바이오연료 등 바이오매스 생산 원료로 그 가치가 상당하다. 비록 역기능이 많이 부각되어 많은 지역이 갯끈풀 제거에 골머리를 썩고 있지만, 순기능과 역기능을 효율적으로 조율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이용 잠재력은 충분할 것이다.

 

결국, 우리가 갯끈풀을 대하는 자세와 방향이 분명히 서야 할 것이다. 현재 갯끈풀의 국내 발생 면적이 증가 추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심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부터 종합적인 관리 전략을 마련해 대응하면 된다. 우선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국내에 갯끈풀이 대량 번식한 곳은 전남 진도와 인천 강화로, 중국 해안에서 조류를 타고 국내로 흘러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갯끈풀이 추가로 어느 지역에 어느 규모로 침입했는지, 어떤 식으로 확산되는지에 대한 조사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무조건 제거하는 것보다 친환경에너지나 산업원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갯끈풀 관련 정보의 통합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위해성을 최소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면 갯벌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갯벌은 많은 생명이 함께 숨구멍을 내고 삶을 영위하는 장소다. 아무쪼록 함께 상생하며 공존하는 갯벌생태계가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승범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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