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기지촌, 역사적 사실·피해 공론화 앞장” 기지촌 여성 국가 배상판결 이끌어낸 ‘현장사진연구소’

파주지역 카메라 담아 보관하던 중 기지촌 여성, 국가상대로 소송 내자
동영상·녹취 증거 제출… 힘 실어 “늦게나마 최소한의 배상 받아 다행

▲ 현장사진연구소
▲ 판문점을 취재하는 현장사진연구소 소속 사진작가들. (오른쪽 첫번째 조영애 작가, 두번째 이용남 대표작가)

“파주 미군캠프타운(기지촌) 여성들이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배상 판결을 받은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입니다”

 

지난 1월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1954~2007년사이 파주에 상존했던 주한미군 7사단과 2사단 소속 캠프 자이언트 등 11개 캠프 기지촌 여성들에 대해 ‘국가가 성병관리 위한 강제수용은 불법이었다’라는 역사적 판결이 나왔다.

 

이같은 의미있는 판결이 내려지는데 큰 역할을 했던 사진작가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파주지역 현장역사를 기록하는 ‘현장사진연구소’ 소속 이용남 대표작가(62)와 조영애 작가(45)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작가 등은 파주 기지촌 여성 P씨(78)를 비롯한 19명 등 총 122명이 국가상대로 성병관리위한 강제수용은 위법이라는 소송을 내자 동영상, 녹취 등을 증거로 제출, 56명이 500만원씩 배상 판결을 받는데 도움을 줬다.

 

이 대표작가 등이 제출한 증거자료에는 당시 국가가 파주 기지촌여성들에 대한 성병관리의 문제점을 취재한 30분 분량 동영상과 각종 증언등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이 대표작가는 “동영상에는 파주자치단체장과 임상병리사, 보건소 간호사, 단속 공무원을 비롯한 미군클럽 기지촌 여성과 포주 등이 용기있게 사진을 제공하고 증언에 나서 자칫 사라질 뻔한 역사적 기록이 복원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소송에서 법정증언까지 했던 조 작가는 “기지촌 여성들은 당시 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미군에게 서비스를 잘하라고 교육을 받았고, 달러를 버는 애국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증언했다”며 “국가가 조직적으로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을 검진하고 수용소를 관리한 사실이 증언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지난 1989년 설립된 현장사진연구소는 현장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진집단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고 있다. 개인이 아닌 사람이 모여 사회적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의미에서 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생명으로 여기며 사라져 가는 파주지역 자연마을을 카메라에 담아 20여권의 기록물로 보관하던 중 2002년 6월 ‘효순ㆍ미선 여중생 사망사건’을 우연히 사진으로 담게 된 뒤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이 대표작가는 당시 효순ㆍ미선여중생 사망사건을 최초로 사진으로 고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파주지역이 군사시설과 민간인 통제선으로 인해 인간과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는데 착안해 현장의 사진을 추적, 기록해 오고 있다. 한 때 4천여명에 달했던 기지촌 여성에 대한 관심도 이 때부터 시작됐다.

 

이용남 대표작가는 “현장사진연구소는 여전히 파주지역에서 힙겹게 살아가는 미군위안부들을 집중 취재해 정부의 기지촌 여성의 역사적 사실과 피해를 명확하게 밝혀 공론화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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