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입을 닦다
들일 하다 쉬는 참
옥수수그늘에 누워 챙이 큰 모자로 태양을 가리고
주먹만 한 참외 한 개를 달게 먹었다
청명한 하늘엔 구름 몇 조각 떠가고 서그럭서그럭
몸 부비는 이파리소리 들으며 낭만에 빠져든다
한데 윙윙 말벌 한 마리 날아와
하늘 향한 잎새 층간을 낱낱이 조사한다
걸려들기만 하면 본때를 보일 참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을 쓱 닦았다
자칫 냄새 풍겨 덜미 잡히는 날엔 큰 낭패다
과즙이 도는 여분의 침까지 꼴깍 삼킨다
따끔한 침 맛을 피하려면 입을 잘 닦아야 한다
낮아질 대로 낮아져 시침 뚝 떼는 것이 장땡이다
나, 아무것도 안 먹었소
안 먹었소 안 안 먹었소 먹었소……
벌 소리 시들해지고
내 몸짓을 알아챈 뭉게구름이
희멀건 웃음을 보내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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