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입을 닦다

[시가 있는 아침] 입을 닦다

 

들일 하다 쉬는 참

옥수수그늘에 누워 챙이 큰 모자로 태양을 가리고

주먹만 한 참외 한 개를 달게 먹었다

청명한 하늘엔 구름 몇 조각 떠가고 서그럭서그럭

몸 부비는 이파리소리 들으며 낭만에 빠져든다

한데 윙윙 말벌 한 마리 날아와

하늘 향한 잎새 층간을 낱낱이 조사한다

걸려들기만 하면 본때를 보일 참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을 쓱 닦았다

자칫 냄새 풍겨 덜미 잡히는 날엔 큰 낭패다

과즙이 도는 여분의 침까지 꼴깍 삼킨다

따끔한 침 맛을 피하려면 입을 잘 닦아야 한다

낮아질 대로 낮아져 시침 뚝 떼는 것이 장땡이다

나, 아무것도 안 먹었소

안 먹었소 안 안 먹었소 먹었소……

벌 소리 시들해지고

내 몸짓을 알아챈 뭉게구름이

희멀건 웃음을 보내며 지나간다

 

▲ 충남 신도안 출생. 으로 등단. 시집  . 수필집   등 다수. 소설집 . 한국수필문학상, 대표에세이문학상, 대한문학상, 성호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수필문우회 회원.
▲ 충남 신도안 출생. 으로 등단. 시집 . 수필집 등 다수. 소설집 . 한국수필문학상, 대표에세이문학상, 대한문학상, 성호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수필문우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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