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원을 받고자 해도 엄격한 소득재산기준이 있어 차상위계층은 제외될 가능성이 크고 설혹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비급여, 선별급여 등은 제외되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이 짊어질 의료부담은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맞벌이 가정의 경우 병간호를 위해 누군가는 환자 곁에 남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가계경제가 파탄 날 수밖에 없다. 많은 민간단체가 위기에 놓인 가정을 돕고자 모금활동을 펼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위기에 놓인 어린이들을 돕고자 적십자도 지난해 4월 인천대공원에서 ‘희귀·난치병 어린이 돕기 걷기대회’를 열었다. 7천여 명의 참가자가 모였고 6천600만 원의 의료기금이 모였다.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8명에게 의료비를 줬다. 그중에 유독 기억에 남은 한 아이가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멜라스 증후군(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였다. 태어날 때부터 희귀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빠는 아이와 엄마를 남겨둔 채 떠났다. 엄마도 난치병을 앓고 있어 경제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정부가 지원해주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임대아파트가 이 가족에겐 전부였다. 다행히 여느 또래와 같이 밝게 웃어 그늘진 모습을 찾긴 힘들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안타까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선영이가 중환자실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전화였다. 이제 15살이었다. 세상에 빛도 보지 못한 채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병원비가 부족한 선영이를 지키기 위해 기부금을 모았지만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됐다. 착잡했다. 더 빨리 알았더라면, 더 많은 기부를 받을 수 있었더라면 하는 마음이 컸다.
흔히 희귀·난치성 질환의 문제는 질환에 대한 정보 부족이 크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치료 약제가 있는 5% 미만만이 올바른 치료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치료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에 수반되는 비용을 결국 환자와 가족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버스로 4시간 거리를 등에 업고 병원에 가는 엄마와 오늘도 대학병원에서 치료등록만 한 채 수술비를 벌고 있는 부모들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마음은 단단해져 갔다.
그동안 적십자는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 지원을 지속적으로 노력했고 기업, 단체,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자선행사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결과 올해 4월 29일. ‘희귀·난치병, 소아암 어린이’를 돕기 위한 걷기대회가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열게 됐다. 작은 관심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작한 ‘걷기대회’가 또 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많은 시민의 참여를 부탁한다.
황규철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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