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청개구리들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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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는 청개구리 같은 학생이었다. ‘해야 돼’ 명령하면 더 하기 싫어지고, ‘왜 안 해?’라 채근하면 손을 놔버리는, 학생이었다. 나는 ‘그냥 두면’ 하는 부류였다. ‘안 하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채찍질하고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그러면서도 잔소리는 질색하니 정말 다루기 힘든 인간임에 틀림없다.

 

이런 불필요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한국농구연맹(KBL)이 발표한 ‘합숙소 폐지’ 정책 때문이다. 지난 13일에 2017~2018시즌을 끝으로 합숙소 운영중단을 발표했다. 그동안 선수들은 구단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지내왔다.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은 1년 중 손에 꼽을 정도.

 

여름이나 되어야 집에 갈 수 있는데, 국가대표팀에라도 뽑히면 그 시간마저 줄었다. 총각들이야 그렇다 쳐도, 기혼자들은 ‘생이별’이 따로 없었다. 세계적으로도 구단 자본으로 합숙이 진행되는 프로리그는 한국 뿐이었다.

 

합숙소 폐지의 궁극적 목표는 연고지 정착이다. 고양 오리온은 선수들이 출퇴근을 하면서 자율적으로 훈련을 준비하고 몸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가고 있다. 이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부산 팀 선수들은 부산에서, 창원 선수들은 창원에서 말이다. 나쁘지 않은 제도다.

 

그간 지역 팬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바로 말뿐인 연고제도였으니 말이다. 구단도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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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선수들은 걱정이 있다. 갑작스레 연고지로 주거지를 옮겨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연봉이 적은 선수들은 직접 방을 구해 생활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눈 떠서 몇 걸음만 옮기면, 선수들 몸을 위해 ‘과학적으로’ 짜인 식단이 기다리고 있던 숙소 생활도 ‘옛날 일’이 된다. 끼니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미혼자나 젊은 선수들 입장에서는 걱정도 많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 통제가 있던 숙소 생활과 달리, 2018년 비시즌부터는 선수들이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

 

그나마 프로가 정착되면서 흡연이나 음주 등에 대한 관념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심심치 않게 사건사고 소식이 들려오는 타종목 사례처럼, ‘자유’가 주어지는 초기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는 성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은 “잘 관리하는 선수는 어디서든 잘 할 것”이라 말한다.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빨리 깨닫고 실천하는 선수들이 롱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반대로 위기를 맞은 ‘청개구리’들은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해쳐갈지 지켜보는 것도 새 시대의 관전(?) 포인트가 될 거 같다. 건투를 빈다, 개굴!

 

손대범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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