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통계와 시스템의 결정체다. 경제에 있어 즉흥적 대응은 많은 리스크가 뒤따른다. 미국을 보자. 그 나라는 항상 예측 가능한 경제 정책을 구현한다. 수없이 사전 시그널을 주면서 전방위적 사전 대응을 주문한다. 이런 경제는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사전 수차례 시그널을 주면서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쳤다. 올해 두 차례 더 올리겠단다. 또 내년과 내후년에도 각각 세 차례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시그널을 줬다. 금리를 3%대까지 인상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준비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미국이 ‘한국도 금리를 올리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음에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수장은 최근 미 금리 인상을 지켜보면서 “미국 금리가 오른다고 국내 기준금리를 당장 인상하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필요성은 있지만, 그보다 경기회복이 급선무란 뜻이다. 맞는 판단인지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는 현재 트리플 악재에 빠져 있는 게 사실이다. 저성장 늪에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5%대를 넘나들던 경제성장률은 향후 2%대도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나온다. 여기에 실업률과 가계부채는 최고를 넘나들고 있다. 소비는 극도로 침체돼 있고 기업은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악순환이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펼쳐온 저금리·완화정책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또 보자. 가계대출은 작년 말 1천344조 원을 넘어섰다.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대출은 빚이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의 추가 이자 부담이 9조 원 정도 더 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빚내서 집 사라’는 단기부양책은 우리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실업률이 7년여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았다.
실업자 수는 135만 명으로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다. 외환위기 때인 1999년 6∼8월 이래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12.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지만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다.
이처럼 경제 상황의 바로미터인 각종 지수가 올 들어 최악이다. 저금리 완화적 경제정책 기조의 결정체로 볼 수밖에 없다. 그 비판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4월 위기설’은 그냥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한 국내 경제기반에 있어 외적 충격은 곧바로 심한 상처로 다가 올 수밖에 없다.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다. 스스로 심각성을 목소리 높여 외쳐야 한다. 그래야만 내성이 생겨 이겨낼 수 있다. 변화와 진보를 거듭해가는 시그널 경제정책이 아쉽다.
김동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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