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만약 위험이 단지 유해하기만 하다면 우리는 아마도 위험성이 있는 사안을 아예 피하거나 생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험은 긍정적 효과 또는 유익한 결과를 창출하기도 하다. 그래서 인류 역사는 위험을 생산하는 동시에 통제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위험은 어떤 사안의 결과가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과 그것이 일어날 가능성에 의해 정의된다. 하지만 위험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믿음 정도, 그리고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상대적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는 부정적인 결과가 또 다른 누구에게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대한 정보, 지식의 정도 또는 통제가능성 여부에 따라 위험하거나 또는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달리 인식된다.
그렇다면 왜 위험이 과거에 비해 현대사회에서 더 강조되는가? 현대사회에서 위험이 실제로 더 증가했는가? 아니면 단지 우리가 위험이 더 많아졌다고 느끼는 것뿐인가? 자연재해라는 과거의 위험과는 달리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수반되어 나타난 근대사회 위험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재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과학과 기술이 중요해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위험 극복을 위한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생산하게 되었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현대사회 위험은 언제 어디서 발생될지 알 수 없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현대사회 위험의 비가시성, 불예측성, 불확실성 등은 우리에게 불안감을 만들어낸다. 즉 현대사회 위험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불안감, 위험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대인의 위험에 대한 인식에서 우리는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사드배치 문제도 마찬가지로)해결을 위한 중요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즉 대부분 공공갈등의 원인은 공공(정부나 지자체)의 의사결정이 개인(나)에게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시작된다. 그 불안감을 통해 위험의 실재 여부와 관계없이 ‘위험한 것으로 판단되는 것 자체’가 위험한 것이 되어버린다.
이와 같은 심리적 불안감은 정확한 정보의 제공을 통해 줄일 수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한 정보왜곡이나 이해부족은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게다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차단된다면 그 불안과 위기의식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결국 정확한 정보 제공과 투명한 정보 개방을 통해 개인의 불안감이 해소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공공의 결정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나 관련 지자체는 이 점을 반드시 생각해주길 바란다.
최순종 경기대학교 사회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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