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본업인 학업은 아예 팽개치고, 어려서부터 오직 운동에만 전념하는 직업 운동선수로 길들여진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 어느 국가대표 선수는 국제대회 출전을 하면서 공항에서의 출입국 등록 카드에 영문으로 자신의 이름 조차 쓰지 못했다는 웃지못할 사연이 선배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1등 만 추구하는 ‘성적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한국 스포츠의 슬픈 현실로, 기성세대들의 책임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교육계와 스포츠계는 오래전부터 학교체육과 체육 특기자 제도의 개선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최저학점제 도입과 연간 전국 규모대회 참가 제한, 중앙과 지방정부의 명칭을 사용하는 대회 중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회의 학기 중 개최 금지, 특기자 입학제도 개선 등 ‘공부하는 학생 운동선수’ 육성을 위한 다양한 개선책을 내놨다. 그러나, 관행처럼 이어져 온 체육 특기자들의 잘못된 ‘학습문화’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고, 여전히 상당수 학교와 대학에서는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었다.
좀처럼 변하지 않던 체육 특기자에 대한 학습권 보장은 지난해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가져온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대변혁의 도화선에 불을 당기는 계기가 됐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와 조카 장시호씨의 학사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교육당국과 대학, 체육계가 체육 특기자에 대한 학사 관리 정상화를 통한 ‘공부하는 학생 운동선수 육성’의 명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를 계기로 최근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가 올해부터 지난해 1,2학기 평균 학업성적이 C가 되지 않는 선수들에게 올해 협의회가 운영하는 농구, 축구, 배구, 핸드볼 등 4개 종목 출전을 불허했고, 실제로 일부 선수들이 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출전길이 막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교육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17개 대학의 ‘체육 특기자 학사관리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332명의 특기생과 교수 448명이 부당한 방법으로 학점을 취득하거나 준 것으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과 더불어 올해부터는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라 초ㆍ중ㆍ고에서도 운동선수에 최저학력제가 도입됐다. 더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선수는 운동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학생 선수들이 공부를 병행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다만, 체육 특기자에 대한 학습권 보장을 위한 최저학력제 도입에 따른 양면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선 현장의 지도자들은 운동선수들의 학업 병행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일반 학생과 동일한 학업 요구가 아닌 운동선수에 맞는 교육과정 프로그램의 도입,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체육 특기를 살려 학업할 수 있는 시간 배려, 엄격해진 학사관리에 따른 엘리트 체육의 위축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엘리트 체육’으로 대변돼 온 학교체육이 최저학력제 도입과 더불어 선진국 체육으로 발돋움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세태에 맞춰 무조건적으로 제도를 밀어붙이기 보다는 일선 현장의 소리를 담아 여러가지 보완을 통해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방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황선학 체육부장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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