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배운 설움 딛고 소중한 배움의 기회 얻은 용인 성인문해학교 어르신들

“배우지 못해 가슴에 깊게 맺힌 한을 이제야 다 풀었습니다.”

 

용인시 기흥구에 사는 서현덕 할머니(75ㆍ여ㆍ가명)는 요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로 용인시에서 마련한 ‘성인문해학교’ 수업 때문이다. 평생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고 살아왔던 서 할머니는 약 2년 전 용인 성인 문해학교의 문을 처음 두드렸다.

 

서 할머니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일곱 살 때 어머니마저 잃었다. 고아가 돼 친척집에 가게 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공부가 하고 싶어 고모부에게 학교를 보내달라고 떼 써봤지만, 그때마다 “여자가 무슨 공부를 하느냐?”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서 할머니는 “그동안 글을 몰라서 항상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문해학교에서 글을 배운 뒤 어디든 당당하게 다닐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13일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여성회관 4층 교실에서는 서 할머니와 같은 만학도 11명을 위한 수업이 열렸다. 왁자지껄한 교실에 선생님이 들어오자 순간 조용해지는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소녀들 같았다. 

이날 진행된 국어 수업에서 훈민정음의 제자원리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지자 할머니들은 저마다 눈을 빛내며 공책에 수업 내용을 받아 적기 바빴다.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은커녕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수업을 맡은 홍일태 선생님은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오히려 내가 배울 때도 잦다”며 “어렵게 용기를 내 문해학교를 찾은 만큼 온 힘을 다해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용인=강한수ㆍ송승윤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