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도 당당하게 운전할 수 있어요”

선천성 청각장애 2급 이황호씨 가족여행 위해 1종 면허 도전

▲ 19일 오후 1시께 용인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청각장애인 이황호씨(34)가 도로주행 교육을 받고 있다
▲ 19일 오후 1시께 용인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청각장애인 이황호씨(34)가 도로주행 교육을 받고 있다

장애인의날(20일)을 앞두고 청각장애 2급인 이황호(34)씨는 꿈을 위해 운전면허시험장으로 나선다. 그의 꿈은 봉고차를 운전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 이씨는 이를 위해 1종 보통 운전면허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장애인인 그에게 1종 면허는 너무 큰 벽이다.

 

지난 2011년 2종 보통 면허를 취득한 이씨는 필기시험에서만 8번 떨어지는 등 힘든 과정을 통해 면허를 손에 넣었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를 갖고 있었던 탓에 단어 위주로 이뤄진 수화에 익숙해 문장을 이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고차를 운전하기 위해서 1종 면허를 취득해야 하지만 쉽지 않았다. 1종 보통 시험 때 기어를 수동으로 변속해야 하는데 엔진 소리가 안 들려 언제 변속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막해하던 이씨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비쳤다. 용인 운전면허시험장 중증장애인 운전지원센터가 그것이다.

 

중증장애인 운전지원센터는 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 국립 재활원이 협업해 운영 중인 사업으로 운동능력 측정과정을 거쳐 교육에서 면허취득에 이르기까지 응시 수수료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경기도에서는 용인 면허시험장이 유일하다. 이에 혼자만의 힘으로 면허를 따기 어려웠던 이씨는 지난 17일부터 용인 운전면허시험장 중증장애인운전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19일 오후 1시께 용인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이씨는 강사와 함께 봉고차에 올라 도로주행 연습에 나섰다. 도로주행 강사는 조종구 센터장이 직접 맡았다. 이씨가 차를 몰고 도로에 들어서자 강사는 수화로 변속이나 차선변경 등을 지시했다. 

말로 이뤄지는 운전교육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원래 운전을 해왔던 덕분인지 이씨는 익숙하게 주행을 이어갔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던 변속 부분도 강사의 수화를 통해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 주행을 마치고 다시 장내로 들어온 이씨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이씨는 “센터 덕분에 막막하던 면허 취득이 쉽게 느껴진다”면서 “1종 면허를 따고 나면 지게차 면허 취득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조종구 장애인운전지원센터장은 “현재 257명의 중증 장애인들이 센터를 통해 면허를 취득했다”며 “앞으로도 중증장애인들의 이동 편의를 돕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용인=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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