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실손보험료 받으려 ‘진단서·발품’ 사라진다

병원이 관련 증빙서류 보험사로 전송 보험금 자동지급… 고객불편 사라져
교보생명, 정부 ‘블록체인 사업자’ 선정 연내 수도권서 30만원 이하 시범운영

인천 서구 왕길동에 사는 A씨(52)는 지난 22일 저녁,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져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다행히 5년 전 실손보험을 가입해놓아 보험사에 치료비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병원에서 진단서와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돼, 바쁜 일정 속에서 잠깐의 짬을 내는 게 걱정이다.

 

이런 불편 때문에 그는 올해 초 무릎연골이 파열되는 사고를 당했어도 아직까지 보험금 청구조차 못하고 있다.

남동구에 사는 B씨(56)는 여기저기 몸 아픈 곳이 많아 병원을 자주 찾는다.

B씨 또한 몇 년 전에 보험에 가입을 해놓아, 진료를 받고 보험회사에 청구만 하면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1만 원도 안 되는 진료비를 돌려받겠다고 발품을 팔아 병원과 보험회사를 오가는 게 귀찮아 매번 보험금 청구를 못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보험회사 고객들의 이런 불편이 사라질 전망이다.

고객이 보험금을 따로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회사가 알아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서비스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정부가 주관하는 ‘사물인터넷(IoT) 활성화 기반조성 블록체인 시범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돼 국내 보험사 중 처음으로 보험금 자동지급 서비스를 시작한다.

 

‘블록체인’은 별도 서버 없이 모든 거래 참여자들에게 실시간으로 금융거래 내역을 공개하는 기술이다.

 

고객이 진료 후 병원비를 내면, 병원은 보험계약자 여부를 확인해 관련서류를 보험회사로 전송하고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고객에게 송금해주는 방식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보험료를 받기 위해 진단서와 증빙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다시 보험사에 제출해야 했던 불편이 사라질 전망이다.

 

또 금액이 적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던 소비자들도 자동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교보생명은 우선 올해 안에 수도권 주요 병원과 협약을 맺고 30만 원 이하 소액보험금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소비자 반응이 좋을 경우, 다른 경쟁 보험사들도 앞 다퉈 해당 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산업이 핀테크와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첫 사례”라며 “향후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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