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성숙한 시민사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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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사회 진단을 위한 키워드 중 하나는 ‘촛불’일 것이다. 촛불이 갖는 정치적·사회적 의미는 차치하고라도, 그 출발과 전개과정에서 한국사회 발전의 한 단면이었다는 것에 대해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한편, 촛불과 더불어 한국사회 진단을 위한 두 번째 키워드는 아마도 ‘사회갈등’일 것이다. 갈등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화두로서 갈등은 사회의 부정적 단면에 대한 논의인 것이 분명하다.

 

필자에게는 이 두 가지 화두, ‘촛불’과 ‘갈등’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기운이 느껴진다. 바로 시민의 목소리, 시민의 참여이다. 여기에서 몇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왜 시민참여라는 위대한 물줄기가 사회 갈등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동반했는가? 시민사회로 성장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인가?

 

필자는 세 가지 측면에서 그 대답을 찾고자 한다.

첫째, 한국사회의 시민참여는 지나치게 정치성을 지닌다. 이는 한국사회 시민운동의 태생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 80년대 사회변혁의 주체세력이던 학생운동은 정치운동에서 벗어나 다른 사회운동의 영역, 예를 들어 인권, 환경, 반전·반핵, 평화운동 등으로 전환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사회운동의 주류인 소위 ‘386세대’ 중 다수가 정치권으로 편입되었고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시민운동은 정치운동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시민운동 태동 당시 기부나 자원봉사와 같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부족했다.

따라서 시민단체는 재정적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자로서 정치, 후원자로서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시민운동의 태생적 한계, 즉 정치성과 재정적 의존성은 이를 활용하는 집단에 의해 점점 더 강화되었고, 정치적으로 양분된 시민참여는 사회갈등을 수반하게 되었다.

 

둘째, 앞의 원인과 유사한 맥락에서, 시민의 사회참여가 출발부터 이미 이념적 진영을 짠 상태에서, 즉 내 편과 상대편이 명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성숙한 시민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가치가 사회적 가치와 만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진영논리에서 출발된 시민참여는 각자가 자기(편)의 논리에 의해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게 된다. 자신만이 정의롭다고 믿는 ‘정의믿음’은 사회갈등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다.

 

셋째, 사회참여가 지니는 진지함의 부족이다. 사회참여는 단지 일순간의 기분이나 관심이 아닌 막중한 책임의식과 진지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의 참여가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에 과연 이런 진지함이 있었는가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

 

시민사회는 시민성을 지닌 시민의 사회참여로 이루어진다. 시민성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의식, 사회참여는 공익성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의 시민 참여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가 부족했다. 시민사회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책임의식과 공동체적 가치 회복을 위한 시민 스스로의 깊은 성찰이 더욱 요구되는 때이다.

 

최순종  경기대학교 사회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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