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남미 포퓰리즘의 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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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사람들에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식 포퓰리즘은 낯설지 않다. 이미 자기 국가에서 유사한 정치인들과 포퓰리즘 정책들을 많이 봐 왔다고 생각한다. 중남미에서 포퓰리즘을 내세운 대표적인 인물들은 예를 들면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들이다.

이들 모두가 정치의 전면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퇴장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201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2015년 실각하고, 에콰도르의 코레아 대통령은 금년 임기를 종료한다. 이외에도 브라질의 딜마 루세프 대통령이 2016년 탄핵당하고, 한 세대를 풍미했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도 2016년 11월 사망함으로써 중남미 포퓰리즘 지도자 대부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중남미의 포퓰리즘은 1940년대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Juan Peron) 대통령에서부터 시작된다. 뮤지컬 에비타(Evita)의 ‘날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여(Don’t cry for me, Argentina)’ 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영부인이었던 에바 페론(Eva Peron)과 대통령인 후안 페론은 아르헨티나 국민들, 특히 빈민들과 노동자를 위한 복지제도 도입 등 무리한 국민영합주의 정책을 취하여 국민들의 반짝 인기는 얻었으나 결국 국가 경제를 그르치고 이로 인해 군부의 쿠데타로 정권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중남미 포퓰리즘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중남미 포퓰리즘의 특징은 우파와 좌파를 떠나 대부분 민족주의 성향을 강하게 띠며, 국민들에게 ‘구원자’를 자처하고 기존 집권세력과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대항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중남미 포퓰리즘은 입법부와 사법부의 견제와 균형을 무시하고, 당, 정부, 지방정부 등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한다. 그들이 성장은 중남미 국가들이 안고 있던 극심한 소득과 부의 불균형이 배경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도시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빈곤 노동자들을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 세력으로 만들고 그들의 불만을 정치적으로 최대한 이용함으로써 가능하게 됐다.

 

2000년대 중남미에서 포퓰리즘이 재등장하게 된 계기는 1990년대 후반에 일어난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중남미 지역경제가 침체된 것이었다. 그 당시 노동자와 빈민층을 위한다는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과 유사한 정책을 표명하며 등장한 포퓰리즘 지도자들은 그 당시의 어려운 국가 경제를 바탕으로 성장하였다. 그 이후 운이 좋게도 중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이 진행되고 이로 인한 호경기로 인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인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을 흥청망청 추진하게 된다.

그러나 중국경기가 하향세를 걸으면서 중남미 지역 경제도 2010년부터 6년간 경제성장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중남미 포퓰리즘도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중남미에서 포퓰리즘이 아닌 진정 국민들을 위한 정치가 실현되길 기대하며 플라톤이 국가론(The Republic)에서 말한 것을 떠올려본다. “진정한 의미의 통치자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고, 국민들의 이익을 염두에 두는 사람이다.”

 

김상일 道국제관계대사·前 주시카고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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