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졸음운전이 불러온 한 가정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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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교통안전공단에서는 당시 사업용 차량 대형교통사고 조사를 위해 특별 조사반(일명 ROAD 119)을 운영하였는데 건설교통부의 요청 하에 통영 대전 간 고속도로 판암IC 부근에서 발생한 대형교통사고를 조사하게 되었다.

 

이 사고는 한 고속버스가 경남 통영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서울 동서울터미널로 가기위해 사고지점 편도 2차로 도로 1차로 상에서 주행 중이었는데 이미 전방 1차 선행사고로 인해 차량 5대가 정차해 있었다.

 

그런데 고속버스 운전기사는 졸음운전으로 인해 전방에 정차된 선행차량들을 늦게 발견하여 버스 전면부로 5대 중 가장 끝에 정차해 있던 현대 다이너스티 차량과 한국지엠 윈스톰 차량을 연쇄적으로 추돌하여 3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이 사고의 가장 큰 피해는 바로 다이너스티 차량에 타고 있었던 한 가족이었다. 엄마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아빠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으며, 세 명의 어린 딸들이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있었는데 버스가 뒤에서 덮쳐 사고현장에서 셋 딸은 사망하였다. 다행히 아빠가 병원에서 먼저 깨어나 셋 딸의 죽음을 알게 되었고, 나중에 깨어난 엄마에게 딸들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모두 무사하다고 알릴 수밖에 없는 슬픈 상황이 전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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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에서 대전 판암IC까지 버스로 약 세 시간이 걸리는데 대형교통사고를 낸 고속버스 운전기사는 대전 신탄진 휴게소에서 반드시 쉬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통영~대전 중간에 있는 휴게소에서 쉬지 못하고 운전하다가 찰나의 졸음운전으로 인해 한 가족의 생명과 삶을 한순간에 비극적으로 앗아간 피의자가 되었다.

 

2017년에서야 연속운행시간 제한과 최소 휴게시간 확보, 신규 제작되는 대형승합차량에 자동비상제동장치, 차선이탈경고장치 등의 첨단안전장치를 장착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대책들이 2009년 이전부터 추진되었더라면 졸음운전으로 인한 비극적인 대형교통사고를 피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마지막으로 고속시외전세버스 운전자가 졸음이 올 때 승객의 동의 하에 버스회사가 정하지 않은 졸음쉼터 또는 휴게소에라도 들어가 최소 15분 정도 휴식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면 고속도로 상의 교통사고 발생원인 1위인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윤석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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