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미래의 나, 홀대받는 ‘고령친화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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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미래의 희망이고, 여성이 행복한 도시는 살기 좋은 도시임을 나타내는 지표임이 틀림없다. 여러 지자체가 아동과 여성을 위한 친화도시 슬로건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도시의 성장 가능성을 표방하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며, 그것도 딸아이를 둔 여성이니 이러한 지자체의 슬로건들이 어찌 반갑고 고맙지 않을까만, 나이를 먹는 내 모습을 보는 것만큼 코앞으로 닥쳐온 고령화 사회를 우린 홀대하는 것은 아닐까.

 

노인인구의 증가는 생산인구의 감소와 사회적 부담의 증가로 도시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부정적 인식으로 여겨지며 도시마다 숨기고 싶은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오래살기를 희망하며 의료 등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근대화를 이끌었던 주역들이 노역장이 되었고, 엊그제의 대통령선거를 비롯하여 정책을 결정하는 데도 적극적인 주도자 역할을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영국과 일본의 많은 도시들은 활동적인 고령화를 위한 도시재생과 단지계획에도 심리학자나 의료전문가를 포함하는 등 물리적 환경에서의 정책적 요인으로 고령화를 내세우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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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고령화된 구성원을 위한 배려와 참여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나이 든 내가 운전에 불편함이 없도록 눈에 잘 띄는 교통표지판을 세우고, 조금 천천히 걸어도 되는 횡단보도를 만들며, 지역사회에 참여할 기회와 역할을 부여하여 스스로를 의미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심리적으로 고립시키지 않는다.

 

2020년을 전후로 하여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가 예견되고 있는 우리는, 노인정책이 사회복지 측면에 치우쳤으며,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정책적 이면에 부끄럽게 감추었었다. 

그러나 노인이 된다는 것은 선택이나 우연이 아닌 이제까지 삶은 잘 살아왔다는 현실이며, 두려움 없이 내보여야 할 부끄럽지 않은 민낯이다. 이제 우리는 당당하게 ‘고령친화도시’를 꺼내들자. 내 미래가 홀대받지 않도록.

 

강도윤 ㈔인천디자인기업협회장·도시계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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