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새 정부 문화정책 성공의 조건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기자페이지

이선호.JPG
모든 발단은 문화였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구속, 장미대선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까지.

 

최순실이 나랏돈과 기업 돈을 집어먹으려 한 것도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 등 문화 사업을 통해서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에 들어간 것도 유독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자신도 모르게 불이익을 당했다.

 

박근혜 정권은 문화융성을 주창했지만 결국 문화를 갖고 장난치다 불명예스럽게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광화문 광장에 나온 촛불은 또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고, 그 여파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식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협치와 소통을 강조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여소야대 정치구조, 북한 리스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한ㆍ미ㆍ일ㆍ중 민감한외교 문제 등 산적한 현안에 새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이 녹녹치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조기 대선을 실시한 이후 새 대통령의 꼼꼼하고 책임있는 국정운영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특히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을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의 문화분야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문화 공약을 보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가 지원은 하되 지나친 간섭은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문화산업 지원을 투명하게 하고 예술인에 대해 복지 부분도 보장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문화 예술 공약은 예술인 문화복지 사각지대 해소, 예술인 창작권 보장, 생활문화 시대, 공정한 문화산업 생태계, 문화유산 보존 활용, 지역간 문화균형발전, 스포츠복지국가 조성, 관광복지사회 실현 등이다.

 

문화 복지와 문화균형발전 등이 눈에 띈다. 그러나 예산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부분은 실제 적용이 될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만큼 문화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국민이 있을까? 모든 분야에 문화라는 단어를 적용한다. 술 문화, 밥 문화, 유흥 문화 등 우리 생활 속에 다양한 형태의 관행이나 관습 등에 문화라는 단어를 붙여 파생 단어를 만들고 즐겨 사용해 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문화예술을 전업으로는 먹고 살 수 없는 구조다. 정부 예산편성시 삭감 대상 1순위가 문화예산이며 그나마 없는 예산도 나눠먹기식 지원구조다. 이 같은 현실에서는 제대로 된 문화 융성이 일어날 수 없다.

 

문화를 사랑하면서도 쉽게 보고 하찮은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이런 이중적 태도는 최순실과 같은 사회가 만든 돌연변이가 활개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각종 명목을 둘러대 문화체육관광부 사업과 예산에 손을 댔다. 문화융성이라는 구호를 자기 배를 채우는 데 이용했다.

 

문화는 양날의 검과 같다. 잘 사용하면 그야말로 각박한 삶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잘 못 사용할 경우 부정을 저지르는 수단과 도구로 악용된다는 것을 이번에 우리는 경험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제대로 된 문화 정책을 통해 불신의 골이 깊어진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고 정상화해야 한다. 문화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과 공약도 공염불에 그치게 될 것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